전문대 졸업 후 심화과정… 일-학습 같이하며 학사학위 취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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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2년제 전문대 졸업생이 2년간 추가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거치면 일반대와 동등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동서울대 시계주얼리학과 학생들이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동서울대 제공
2년제 전문대 졸업생이 2년간 추가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거치면 일반대와 동등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동서울대 시계주얼리학과 학생들이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동서울대 제공
시제품 제작 업체인 다인파트너의 최병현 대표(55)는 전문대를 졸업한 지 20여 년 만에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실무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이론에 대한 갈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대에서 모형제작 실기·이론 강의를 부탁받아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이론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최 대표는 2008년부터 2년간 동서울대 산업디자인과에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거쳤다. 전문대 졸업생들은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4년제 일반대처럼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최 대표는 “마음속에 배움에 대한 부족함이 남아 있었는데,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며 “공부를 하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강의를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사학위 심화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최 대표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한민국 디자인 전람회에서 2008∼2010년 3년 연속 수상했고, 이후엔 대학원에도 진학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귀금속·보석 공방인 다이쁨을 운영하는 김용선 대표(31)는 2013년 한국복지대에 입학하면서부터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염두에 뒀다. 김 대표는 “내가 원하는 길을 찾기 위해 또래보다 늦게 대학에 입학했는데, 3년 과정인 귀금속보석공예학과를 졸업하고 1년만 더 공부하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3년의 전문대 과정을 마치고 난 뒤 창업을 했고, 동시에 1년 과정의 전공심화과정을 공부했다. 전공심화과정은 주로 야간에 수업이 개설돼 일과 학습의 병행이 가능했던 것. 김 대표는 “전공심화과정 때는 앞선 3년보다 더욱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창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길게 보면 학교를 1년 더 다니는 것이 시간적으로 큰 손해가 아니고, 학사학위를 취득하면 더 큰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전공심화과정

전문대에서 일반대 졸업자와 동등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학사학위를 받은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8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이 과정은 실무와 연계된 직업 심화교육을 통해 이론과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2년제 전문대 졸업자는 추가로 2년을, 3년제 졸업자는 추가로 1년의 전공심화과정을 거치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전국 105개 전문대가 이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2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입학생 수는 2008년 첫 운영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학년도 2915명이었던 입학생 수는 2015학년도부터 1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1만1400명이 전공심화과정을 선택했다. 특히 야간 과정 입학생 수가 2008년 2627명에서 지난해 955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전공심화과정 전체 입학인원이 매년 증가하고 특히 야간 과정의 입학인원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일과 학습을 병행하려는 직장인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공심화과정 졸업자의 상당수는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교협이 지난해 2월 학사학위 취득자의 졸업 후 상황을 조사한 결과 졸업자 8983명 중 73.7%인 6620명이 취업 상태였는데, 이 중 713명은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학력을 인정받아 급여 인상이나 승진 등으로 처우가 개선됐다. 229명은 학사학위 취득 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했고, 764명은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 밖에 467명은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취득한 학사학위를 바탕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교육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로보의 장창남 대표는 “해외 영업 담당 직원이 전공심화과정을 거치고 난 뒤 바이어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등 업무 능력이 향상된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전공심화과정을 원하는 직원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실장은 “전문대를 졸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학교로 다시 돌아와 직무와 관련된 공부를 계속함으로써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현장 실무능력 중심의 학사학위 취득을 통해 개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회적 인정은 미흡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취득한 학사학위는 일반대와 동등한 것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되지만 사회적인 인정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전문대교협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전공심화과정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 이 과정을 통해 취득한 학사학위는 기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A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입사원서를 접수할 때 졸업한 대학이 전문대인지, 일반대인지 선택은 가능하지만 전문대에서 전공심화과정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은 입력할 수 없다. B공기업의 입사원서 접수시스템도 최종학력을 전문대 졸업, 대학 졸업 등으로만 선택이 가능할 뿐 전공심화과정을 거쳤다는 점은 입력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문대 학사학위를 표현할 수 없어 전공심화과정 졸업생들이 불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황보은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전문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졸업생들은 일반대 졸업자와 동등한 학사학위를 부여받고 있다”며 “입사원서를 작성할 때나 인사고과를 평가할 때 정당하게 학사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전문대 졸업#학사학위 취득#전공심화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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