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후한 강의 삽니다”… “조교자리 파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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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동원 ‘졸업 스펙’ 쌓는 대학생들


“IT혁신관리 수업 10만 원에 삽니다.”

“미디어사회학 양도하실 분에게 사례합니다.”

개강을 앞둔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광클릭’에 실패해 수강신청을 못한 학생들이 뒷거래로 강의를 사고파는 것이다. 인기가 높은 건 학점 따기 쉬운 수업.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 때문이다. 최근에는 강의뿐 아니라 취업준비생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용돈벌이를 위한 조교 자리 거래도 등장했다.

수강신청 전쟁에서 패한 학생들은 원하는 강의와 사례를 명시해 거래 글을 올린다. 사례는 커피전문점 모바일 쿠폰부터 고급 화장품 교환권, 현금까지 다양하다. 학점 관리가 절박한 4학년생들은 아예 대놓고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학교 수강신청 시스템 접속자가 별로 없는 새벽 시간에 강의 주고받기가 주로 이뤄진다. 판매 학생이 해당 과목 수강신청을 취소하면 기다리던 구매 학생이 즉각 빈자리를 차지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윤모 씨(23)는 “마지막 수강신청 조정 기간인 3월 첫째 주가 되면 거래 가격이 더 뛴다”고 말했다.

강의 뒷거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1학기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의 거래 글은 28건이었으나 2학기에 75건, 올해 1학기에 196건으로 늘었다. 이화여대도 같은 기간 4건에서 97건, 134건으로 늘었다. 학교 측은 강의 거래를 학칙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익명 게시판에서 개인 간 거래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행정이나 수업 보조 역할을 하는 조교 자리도 거래된다. 취업이 안 돼 졸업을 유예한 대학원생이 다른 학생에게 이름값을 주고 조교로 일하는 것이다. 학기 등록생이 아니면 조교를 할 수 없어서 이름을 빌려준 학생에게 장학금의 5%를 수수료로 준다. 대학원생 서모 씨(29)는 졸업 유예를 신청한 지난 학기에 타인 명의를 빌려 조교로 일하며 200만 원가량 벌었다. 서 씨는 “일주일에 20시간 일하고 한 학기에 400만 원을 버는 조교는 ‘A급 조교’, 일주일 10시간에 한 학기 200만 원을 벌 경우 ‘B급 조교’라 부른다”며 “B급 조교 명의를 빌려준 학생에게 사례금 10만 원을 건넸다”고 말했다.

조교 자리는 시급으로 따지면 1시간에 7000원 정도로 보수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대학원생 양모 씨(27)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조교 일은 취업 준비를 병행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백승우 기자
#강의#조교자리#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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