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현주]韓日관계,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한일관계는 언제나 시끄럽다. 지난해 말 이후 위안부 합의 정신은 갈수록 훼손되어 가는데 22일 이른바 다케시마(독도)의 날을 시작으로 연례적인 한일 간 갈등과 마찰은 다시 시작됐다.

두 나라가 우리 세대에 역사 갈등을 해결하고 우호 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상상 이상으로 훨씬 다르다. 겉과 속이 다르고 필요에 따라 긍정도 하고 부정도 하고, 모르는 척하면서 덫을 던져보는 행위 등을 한국인은 거짓말로 인식하지만 일본인은 그렇지 않다.

그 연장선상에서 애매한 문안에 우선 합의해 놓고 나중에 힘 있는 자의 해석이 우선한다는 ‘비단벌레 색깔의 합의’도 일본인에게는 협상의 기술일 뿐이다. 한국과 위안부 합의를 한 일본 외상이 총리의 사죄의 뜻을 낭독하고, 돌아서자마자 일본 기자들에게 강제연행의 증거는 없으며 사죄의 뜻도 아니었다고 다른 말을 하는 것도 일본인에게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초임 외교관 시절 필자에게 선배들이 말했나 보다. 일본과는 함부로 합의를 하는 게 아니라고.

그런가 하면 조선은 과거 소중화(小中華)의 시각으로 왜를 깔보았는데 오늘날 한국의 미국유학파 지식인들은 미국의 시각으로 일본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한일 문제에서 미국이 한국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슬픈 현실이지만 실상은 19세기 말 이래 미국은 언제나 일본의 손을 들어 줬다. 한국은 평화적인 주변 환경이 필요한 반면 일본은 적절한 긴장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관점과 이해도 다르다.

한국인들은 이 모든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상대의 기준도 존중하면서 일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사무라이의 후예들에게 반성이나 참회를 강요하는 것도 지혜는 아니다. 역사 왜곡이라는 문제는 협상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주홍글씨처럼 그대로 새겨 두고 같이 살아가는 ‘전략적 인내’도 묘미가 있다. 그것이 ‘이웃끼리는 불편한 게 정상’이라는 현실에 적응하면서 한국의 전략적인 입지도 넓히는 길이다. 일본대사도 때가 되면 돌아온다. 보챌 필요 없다.

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한일관계#위안부#다케시마#독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