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4당 뭉쳐도 선진화법 못당해… 대선뒤 최대 이슈는 ‘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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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연장법 무산으로 본 정치현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회선진화법의 장벽이 새삼 확인됐다. 야 4당이 똘똘 뭉쳐 수사 연장 법안을 밀어붙이는데도 자유한국당의 반대 앞에 속수무책이다. 개헌선(200석)에 육박하는 다수 세력을 확보해도 한 정당만 틀어버리면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이런 상황을 피할 순 없다. 특검 연장 무산을 계기로 정치권이 연정의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대연정 없이는 정책 추진 불가능

야 4당은 22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요구했지만 정 의장은 여야 합의 없이는 직권상정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2012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선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회에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킨다. 문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다. 여야 이견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을 본회의에 곧바로 부의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까지 최대 330일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121석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정부를 꾸린다면 법안 하나 통과시킬 수 없다. 국민의당(39석)과 ‘소연정’을 통해 160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최소한 바른정당(32석)까지 연대를 확대해야만 쟁점 법안 처리가 가능한 셈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마저 보수진영과의 ‘대연정’ 없이는 정책 추진 동력을 마련할 수 없다는 얘기다.

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대다수 중점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4당 체제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선 야당이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반대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 쉽지 않은 연정 구상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대연정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거나, ‘식물정부’로 전락하는 갈림길에 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고 여당이 ‘거수기’ 역할을 하던 기존 정부의 운영 방식으로는 정책 구상을 펴보지도 못하고 국정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선 주자들이 각종 연정 방안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보수진영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가 이끄는 정부에선 식물국회와 정쟁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라며 “연정과 다수당의 총리 추천을 통해 협치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야권 진영 연대인 ‘소연정’을,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와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은 중도 세력 연대인 ‘빅텐트’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연정 구상이 구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독일의 경우 2, 3개월의 연정 협상과 정책 협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대선 일정조차 불확실한 국내 여건상 수개월에 걸친 연정 협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욱이 조기 대선 시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조차 없어 설령 연정을 추진하더라도 ‘내각 자리 배분’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진정한 의미의 연정이 이뤄지려면 공동 내각 구성만이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트너 정당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대선 기간 연대 세력과의 공동 공약 개발 등 현실성 있는 구상이 나와야 연정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재선#선진화법#연정#특검연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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