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양현종과 요코하마의 인연, 흔들림 없던 에이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3일 05시 30분


WBC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은 22일 요코하마와 연습경기에 등판, 최고 145km의 빠른 공을 선보였다. 오키나와는 지난해 말 양현종에게 거액의 연봉과 특급 대우를 제안했던 팀이다. 사진제공 | KBO
WBC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은 22일 요코하마와 연습경기에 등판, 최고 145km의 빠른 공을 선보였다. 오키나와는 지난해 말 양현종에게 거액의 연봉과 특급 대우를 제안했던 팀이다. 사진제공 | KBO
자신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던 구단과 만난 상황은 어떤 기분일까.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에이스 양현종(KIA)이 연습경기에서 인연이 될 뻔했던 팀과 만났다.

양현종은 22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열린 대표팀과 요코하마 DeNA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했다. 대회 개막에 맞춰 평소보다 20일 이상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린 양현종에게 첫 실전부터 특별한 상대였다.

지난해 말 양현종은 해외진출을 타진하던 중 요코하마로부터 2년 최대 6억엔에 이르는 제안을 받았다.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가족을 초청해 요코하마 생활을 설득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고향팀 KIA의 에이스로 남는 걸 선택했다. 요코하마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뒤, KIA와 협상 과정에서 팀 사정상 4년 계약이 불가능해지자 1년 총액 22억5000만원에 잔류를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WBC를 앞두고, 양현종의 첫 실전등판이 요코하마전으로 잡혔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인연은 인연이었다. 이날 요코하마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은 대표팀 합류를 위해 떠난 4번타자 쓰쓰고 요시토모를 제외하고, 주전 라인업에 가깝게 오더를 작성했다. 마운드엔 양현종 대신 영입한 필 클라인과 조 위랜드를 연달아 올렸다.

양현종은 동료들이 될 수 있었던 타자들을 상대로 흔들림 없이 공을 던졌다. 슬로스타터란 걱정을 불식시킬 만큼, 양현종의 컨디션은 좋았다. 직구 최고구속은 145㎞까지 나왔다. 1회말 선두타자 구와하라 마사유키에게 좌전안타를 내줬지만, 3루수 박석민이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놓쳤다. 희생번트로 계속된 1사 2루서 카지타니 다카유키에게 허용한 우전 적시타 역시 2루수 서건창이 주자 탓에 뚫렸다. 적시타 타구에 앞서 높게 뜬 파울을 포수 양의지가 놓치는 아쉬움도 있었다.

WBC대표팀 양현종. 사진제공|KBO
WBC대표팀 양현종. 사진제공|KBO

1회 3안타를 허용했으나, 모두 내야 땅볼성 타구였다. 선취점을 내준 뒤에도 양현종은 침착히 타자를 제압해갔다. 2회 양의지의 역전 2점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테스트하는 등 2이닝 4안타 1탈삼진 1실점으로 점검을 마쳤다.

경기 후 양현종은 “전체적으로 공이 좀 높았다. 변화구가 낮게 떨어져야 하는데 잘 안됐다. 불펜피칭에선 내 컨트롤대로 됐는데 실전에서 세게 던지려 하니까 조금 차이가 있었다. 몸에 힘도 많이 들어갔다. 지금보다 차분히 던지면 될 것 같다.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으니, 피칭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확신을 갖고 공을 던져야 하는데 약간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포수 (양)의지형은 힘이 있다고 하니까 공을 좀더 누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형이 체인지업 사인을 많이 냈는데 생각대로 넣고, 빼고 하는 건 잘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아직 처음 접하는 공인구가 완벽히 손에 익진 않았다. 견제를 할 때와 번트수비를 할 때 1루 송구가 모두 높았다. 그는 “잡았을 때 더 감겨야 하는데 뭔가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공이니 적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코하마를 상대한 기분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은 “좋은 제안을 주셨는데 정중히 거절했다. 특별히 상대 타자들을 의식하진 않았지만, (요코하마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며 활짝 웃었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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