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V리그 ‘기준기록’ 손질할 때 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3일 05시 30분


현대건설 황연주-KGC인삼공사 김해란-삼성화재 박철우-한국전력 윤봉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황연주-KGC인삼공사 김해란-삼성화재 박철우-한국전력 윤봉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라이트 황연주(31)는 V리그 ‘기록의 여왕’이다. 4500득점, 4000공격득점, 후위공격 1000득점, 서브에이스 400점 등, 그녀가 포인트를 쌓을 때마다 신기록이 된다. 2005시즌 V리그 출범 이래 현재까지, 차곡차곡 적립한 땀의 성과가 어느덧 이렇게 어마어마해졌다.

그러나 V리그를 운영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정한 수상기준에 해당하는 현행 ‘기준기록’에 의하면, 황연주가 더 이상 받을 수 있는 상은 많지 않다. ‘기준기록’ 내역들을 살펴보면 ▲득점 3000점, 5000점 ▲블로킹 남자 500개, 800개, 여자 400개, 600개 ▲서브 200개, 300개 ▲수비(리시브+디그) 5000개, 1만개 ▲세트(토스의 정확한 용어) 1만개, 1만3000개로 적시되어 있다.

이렇게 기준기록을 만들어놓은 KOVO의 설명은 이렇다. “선수가 V리그를 꾸준히 뛰면 10년 안에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 1차 기록이 앞의 숫자이고, 10년 이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 2차 기록이 뒤의 숫자다. 그런데 V리그의 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2차 기록마저 넘어서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즉, 황연주가 서브에이스를 아무리 많이 성공시켜도 KOVO 시상식은 없는 것이다. 김해란(인삼공사)도 7500디그를 넘어섰지만 마찬가지다. 박철우(삼성화재)가 V리그 남자부에서 최초로 4000득점을 넘어섰지만 ‘기준기록’에 의해 판단하자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기록이 된다. 윤봉우(한국전력)도 800블로킹 달성이 기록으로 받는 상의 마지막이 된 셈이다.

좋게 보면 그만큼 V리그도 ‘살아있는 전설’들이 속속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어졌다는 반증이다. KOVO 차원에서도 기준기록의 한계를 예전부터 자각하고 있다. KOVO 관계자는 22일 “2~3년 전부터 기준기록의 보완 방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현실인식인 것이다. 다만 “3차 기준기록을 만들지, 아니면 종전 기록을 깨는 선수가 나올 때마다 시상을 할지를 두고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KOVO도 이제 기록 달성에 관해 V리그 역사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을 생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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