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해외송금, 당국 지침없어 ‘허송세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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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 보안]<下> 낡은 제도-부족한 인력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보안 기술 중 하나로 비트코인(가상화폐)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은행이 돈을 홍콩으로 보내면 국내 핀테크업체 ‘스트리미’가 현지에서 돈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최종 목적지로 보내는 구조였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외환 송금에 걸리는 시간이 2, 3일에서 1시간 이내로 줄고 수수료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아직 서비스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에 해당 서비스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직 명확하게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재부 측은 “외국환거래법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외국환거래법이 기재부 소관이라 직접 나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 기술 발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제도

금융권과 정보기술(IT)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낡은 제도와 뒤처진 정부 대응으로 핀테크 업체들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핀테크 업체 A사는 최근 미국 B사와 비트코인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고 기술 준비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고 내부 테스트만 진행하고 있다. 7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돼 은행이 아닌 기업들도 소액 송금이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3월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는 ‘2단계 핀테크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유럽연합(EU)도 화폐로 해석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해외 회사들은 사업 진행 전에 ‘라이선스를 받았는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도적으로 준수하는지’ 등을 요구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제도가 없어 신뢰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혼란을 겪는 것은 개인 간(P2P) 대출 시장도 마찬가지다. P2P업체 ‘써티컷’은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행 제도상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사, 여신금융전문회사 등은 P2P에 투자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돼 기관투자가 유치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 국내 금융보안 인력 턱없이 부족

제도뿐 아니라 금융보안 인력도 핀테크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금융기관 154곳의 IT 인력은 9288명으로 전체(23만5411명)의 3.9%였다. 이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807명에 불과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IT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IB와 트레이딩 분야의 직원을 줄이는 대신 IT 인력 채용을 확대해 왔다. 골드만삭스 전체 직원의 약 30%인 9000여 명이 IT 인력이다. 국내 금융권 IT 인력을 모두 합친 숫자와 맞먹는다. 금융보안 전문가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금융사들도 최근 IT 업계에서 보안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금융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주임교수(금융보안학)는 “대형 금융사들은 직접 인재를 키우기보다 중소기업 등에서 키운 인재를 바로 데려다 쓰려는 생각이 강하다. 인력교육 등에 투자해 체계적인 양성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주애진 기자
#비트코인#해외송금#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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