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특성화고 학생 해외취업 물꼬 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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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232명 호주서 현장학습, 요리사 등 113명 현장 취업 성과
청소년 해외취업 창구로 각광

지난해 8월 호주 브리즈번 시의 한 호텔 음식점에서 외국인 요리사들과 함께 현장 실습을 하고 있는 대전 특성화고교 조리학과 학생들. 대전시교육청
지난해 8월 호주 브리즈번 시의 한 호텔 음식점에서 외국인 요리사들과 함께 현장 실습을 하고 있는 대전 특성화고교 조리학과 학생들. 대전시교육청
“여기 호주에서 훌륭한 요리사가 될 겁니다. 글로벌 현장 인턴십 프로그램에 우연히 참여했던 게 이런 인생의 큰 기회가 될 줄은 생각지 못했어요.”

대전 유성생명과학고를 나온 김지탁 씨(22)는 현재 호주의 누사 지역에서 호주주립기술대학(TAFE)에 다니며 한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다. 학생 비자여서 아직 완전한 취업이 불가능하지만 3, 4등급의 요리사로 인정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 특성화고 출신 해외 취업 줄이어

“요리사는 어느 나라나 굉장히 힘들죠. 덥고 좁은 공간 안에서 불과 날카로운 장비들 사이에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다 가끔 손님의 칭찬을 듣게 되면 하루 피로가 말끔히 사라져요.”

그는 “이제 호주 생활에 자신감이 생겨 영주권 비자를 준비 중”이라고 부푼 꿈에 젖어 있다.

대전시교육청의 특성화고 글로벌 현장학습이 청소년들의 해외 취업 창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5년간 232명이 호주에서 각 분야의 현장학습에 참여한 결과 113명이 현지에서 취업했다. 나머지 학생들도 글로벌 현장학습 참여로 영어 실력과 자기 분야의 기능이 높아져 졸업 후 국내에서 모두 일자리를 찾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2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열린 ‘2016 특성화고 글로벌 현장학습 성과보고회’의 주제는 ‘특성화고! 세계를 향한 꿈의 날개를 달다’였다. 그해 하반기 3개월 동안 호주 브리즈번에서 요리, 자동차, 건축, 토털뷰티, 전자, 서비스 등 6개 분야의 현장학습을 벌인 학생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들은 현지에 있는 동안 영어교육 5주, 직무교육 4주, 현장실습 3주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2017년 참가 예정자들은 선배들의 경험담을 접하고 부푼 포부를 밝혔다.

○ 대전교육청 초석 놓기 5년의 성과

교육부가 2012년 전국적으로 시행한 이 사업에서 대전시교육청은 가장 모범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브리즈번 시와 협약을 맺은 데 이어 호주 현지의 취업기관 및 교육기관과 일자리 발굴을 위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설동호 교육감은 현장을 직접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고 학생들의 안전과 생활을 책임져 주는 브리즈번 시장과 우의를 쌓았다. 그 결과, 매년 성과를 토대로 사업단을 재선정하는 이 사업에서 대전시교육청은 한 번도 빠짐없이 선정됐다. 2014, 2015년 교육부 평가에서는 2년 연속 최우수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이런 결과는 대전지역 특성화고의 분위기를 확 바꿔 놨다. 영어를 멀리하기 쉬운 이들 특성화고에서 실용영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졌다.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특성화고 진학을 문의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김 씨는 “현장학습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언어뿐 아니라 자신의 분야의 기술을 충실히 다지길 바란다”며 “호주 현지에서 보다 좋은 기회를 얻으려면 언어보다도 현지인을 능가하는 자기 분야의 뛰어난 기술”이라고 조언했다. 대전시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 손인성 장학사는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높이고 해외취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점차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특성화고#대전시교육청#해외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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