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지선의 힘이 되는 경제]스태그플레이션? 리플레이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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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거시경제학에서 고물가와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뜻합니다. 역사적으로는 우리에게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알려진 사건을 실례로 들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의 자원 무기화를 위해 석유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이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으로 전 세계는 경기 침체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총공급이 줄어들어 물가가 오르고 국내총생산(GDP)이 후퇴하며 그 결과 실업률이 상승하기 때문에 경기 부진과 물가 상승을 동시에 겪는 고통을 견뎌야 합니다.

2015년부터 유가가 급락하면서 전 세계는 저물가 시기를 겪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원유가 2016년 들어 3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석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산재 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는 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떨었지만 이제 유가가 다시 50달러를 넘어서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단계에 이르자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 1월 약 6년 만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기에 나타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가 오르는 것은 좀 다릅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달걀과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가 오른 것이지 실제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는지는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합니다. 지나치게 하락했던 물가가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드는 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거니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여 우리나라도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높아진다면 물가 상승이 그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과도하게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점진적으로 반등하는 현상을 리플레이션이라 부릅니다. 우리 경제가 향후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최근의 물가 상승을 이와 같은 현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지, 리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것은 향후 경기 회복 기조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이 과거에도 자주 발생하지 않았고 대외 경제를 둘러싼 경기 회복 기조를 볼 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스태그플레이션#침체#물가 상승#리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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