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대구FC 손현준 감독 “강등 1순위?…No, 뒤집은 재미 보여줄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2일 05시 45분


손현준 감독이 이끄는 대구FC는 올 시즌 최하위 후보지만, 알차고 단단한 겨울나기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참이다. 남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손현준 감독이 이끄는 대구FC는 올 시즌 최하위 후보지만, 알차고 단단한 겨울나기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참이다. 남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동계훈련만 3개월…실수 줄이기 강조
주변 의심의 시선, 느낌표로 바꾸겠다
절박한 심정…끈기있는 팀워크로 승부


모두가 물음표를 던진다. 2017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대구FC를 향한 솔직한 시선이다. 객관적 전력과 선수단의 이름값만 보면 이런 부정적 분위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는 당당히 ‘노(No)’를 외친다. 지긋지긋한 챌린지(2부리그)를 벗어나 올 시즌 클래식 승격에 성공한 뒤 어느 팀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고 자부한다.

정말 긴 동계훈련이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경남 남해에 1차 캠프를 차렸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빠르게 몸을 만들었다. 이어 중국 쿤밍에서 강화훈련을 진행했고, 다시 남해로 돌아와 실전을 겸한 알찬 훈련을 소화했다. 대구 선수들은 “동계훈련만 3개월이다. 승격의 감동을 누릴 틈도 없이 빡빡한 스케줄을 보냈다. 하루 빨리 시즌이 개막했으면 좋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고되고 긴 항해를 앞둔 대구 손현준(45) 감독을 최근 남해에서 만났다. 그는 “간절함으로는 부족하다. 절박하고, 또 절박해야 한다. 주변에선 우리가 ‘강등 후보 1순위’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를 뒤집는 재미를 만끽하려고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드디어 시즌이 코앞에 왔다.

“하루하루 고민스럽지 않은 날이 없다. 생존싸움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개막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선수단 몸 상태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팀 전술의 완성도는 어떤지, 또 선수들은 건강한지, 고민은 없는지 긴장의 연속이다.”

손 감독의 최대 고민이 바로 ‘부상관리’다. 부상자들이 끊이질 않는다. 긴 훈련과 누적된 피로, 좀더 잘하고픈 의욕이 빚은 사태다. 그래도 분위기가 어둡지는 않다. 장기 결장이 불가피한 큰 부상자는 없다. 금세 털고 일어설 만한 수준의 잔 부상들이 대부분이라 아무리 늦어도 3월 중에는 ‘완전체’ 대구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외부에선 대구의 생존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데.

“내가 ‘싫다’고 해서 그 평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전력에 대한 예측이니까. 그런데 축구는 꼭 그렇지 않다. 우리 친구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수치화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대구FC 손현준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FC 손현준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단 물갈이는 많았지만 전력 자체는 두껍지 않다.

“우리는 현실상 더블 스쿼드를 구축할 수 없다. 선수 숫자는 적지 않아도 꼬집어 ‘무조건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이들도 많지 않다. 오히려 이게 우리의 강점이다. 모두가 전투준비를 마쳤으니까. 오랜만에 클래식에 복귀했는데, 초반 흐름을 빨리 파악하면 우리의 도전이 실패할 확률도 줄일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동계훈련에서 어떤 주문을 많이 해왔나.

“선수 개개인보다는 전체가 (주문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 ‘실수 줄이기’를 강조한다. 챌린지에서 대구는 최정상급이었다. 여기에 우리의 실수가 위험한 장면으로 이어진 적도 많지 않았다. 클래식은 다르다. 아주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미세한 실수로 실점이 나오면 이를 타개하기가 몹시 힘들다. 클래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훈련 내내 ‘함께’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더라.

“우리의 무기는 뚜렷하다. ‘모두’의 힘이다. 선수 홀로 해결한다기보다 주변이 모두를 도와줘야 한다. 항상 적극성을 갖추면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져야 이길 수 있다. 개인 기량은 조금 부족해도 축구는 11명이 한다. 서로가 서로를 돕고 확실한 조직을 가져가면 승산이 있다.”

손 감독은 클래식의 리듬과 템포를 익히는 기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챌린지와 클래식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격활로 개척, 득점 연계 움직임 등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다만 압박 타이밍과 공간차단 등은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구FC.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FC.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만의 무기가 있다면.

“우리는 대대적인 변화를 주지 않았다. 반드시 우리의 방향이 옳다고 할 수는 없고, 정답도 없는 부분이지만 큰 변화가 필요 없다고 봤다. 조직과 응집력으로 승부수를 띄우려고 한다. 자연히 팀은 더 끈끈해지고 단단해진다.”

-사령탑으로선 실질적인 첫 시즌이다.

“정식으로 지휘봉은 처음 잡았다. 나는 대구의 동반자다. 모두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팀이 궁극적 목표다. 나 홀로 간다고 멀리 가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내가 추진하는 방향이 틀릴 수도 있다. 누구나 직언하고 조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또 잘될수록 만족하기보다 2안, 3안을 마련하고 계속 채워나가는 지도자가 좋은 감독이다.”

손 감독은 선수시절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평범함에 가까웠어도 누구나 찾는 좋은 선수였다. 모든 상황을 잘 받아들였고, 당당히 맞섰다. 그는 바로 이 점이 ‘가장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하나의 목표를 이룰 때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자세를 바탕으로 더 욕심을 낼 필요가 있었는데, ‘작은 꿈’에 안주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다.

-대구의 2017시즌은 어떨 것이라고 예상하나.

“챌린지에서 우리는 최고였고, 지금도 최고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최고의 무대에 드디어 온 만큼 허망한 결말은 피할 자신이 있다. 다만 더욱 절박해져야 한다. 그저 간절함 정도로는 부족하다.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우리는 클래식 자격을 갖춘 클래식 팀이니까.”

● 손현준 감독은?

▲생년월일=1972년 3월 20일
▲출신교=부산상고~동아대
▲프로선수 경력=LG(1995년), 안양LG(1996~1998년), 부산대우(1999년), 안양LG(2000~2002년)
▲K리그 통산 성적=170경기·1골
▲지도자 경력=FC서울 2군 코치(2004~2005년), 대구FC 코치(2007~2011년), 김해시청 수석코치(2012~2014년), 대구FC 수석코치·감독대행(2015~2016년) 및 감독(2016년 11월~현재)

남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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