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외국인 몰아주기가 불편한 삼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2일 05시 45분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삼성의 기둥이다. 그러나 삼성의 지나친 ‘외국인선수 몰아주기’로 인해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은 뚝 떨어졌다. 스포츠동아DB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삼성의 기둥이다. 그러나 삼성의 지나친 ‘외국인선수 몰아주기’로 인해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은 뚝 떨어졌다. 스포츠동아DB
■ 볼 나르기용으로 전락한 국내선수들?

공격패턴 중 70% 이상 라틀리프 몰빵농구
국내선수 경기력 하락…단기전 변화 필요


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들의 활약 여부는 팀 성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감독들은 외국인선수 중심으로 전략을 짠다. 올 시즌에는 삼성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28·199cm), 마이클 크레익(26·188cm)을 주축으로 시즌 초반부터 줄곧 선두권에서 경쟁하고 있다.

삼성 김태술-주희정(오른쪽). 스포츠동아DB
삼성 김태술-주희정(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삼성 국내선수들의 역할은 볼 나르기?

문제는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쳐 국내선수들의 활용도가 완전히 떨어졌다는 데 있다. 1라운드 삼성의 기세는 좋았다. 9경기에서 7승2패를 기록했다. 외국인선수들과 국내선수들이 가장 조화를 이뤘던 시기다. 포인트가드 김태술(33)이 번뜩이는 패스와 안정적인 경기 조율로 팀을 진두지휘한 가운데 김준일(25), 임동섭(26), 이관희(29) 등 국내선수들의 득점 분포도 비교적 고른 편이었다. 2라운드(7승2패)에는 2∼3쿼터에 출전하는 크레익의 볼 소유 빈도가 급격히 올라갔지만, 상대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내선수들의 활용도가 뚝 떨어졌음에도 꼬박꼬박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3라운드부터는 2∼3쿼터를 라틀리프와 크레익 둘이서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선수들의 역할은 라틀리프와 크레익에게 볼을 공급하는 것이 전부다. 김태술, 주희정(40)이라는 국내 최고의 2대2 플레이어들을 보유했지만, 이들을 활용한 2대2 옵션은 전무하다. 라틀리프는 이들에게 스크린조차 하지 않는다. 크레익이 볼을 잡았을 때만 스크린을 한다.

승부처인 4쿼터에는 크레익이 출전하지 않는다. 삼성이 공격을 10차례 시도하면, 라틀리프가 8∼9번을 담당한다. 실제로 삼성의 공격패턴 중 70% 이상이 라틀리프를 위한 것이다. 이제 상대팀은 라틀리프에 대한 함정수비를 필수적으로 준비해서 경기에 임한다. 볼 나르기에만 익숙해진 국내선수들의 경기 밸런스는 완전히 깨졌다. 삼성은 라틀리프가 상대의 함정수비까지 뚫고 득점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패배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은 3라운드 6승3패, 4라운드 5승4패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5라운드 6경기에선 3승3패에 그치고 있다.

삼성 크레익. 스포츠동아DB
삼성 크레익. 스포츠동아DB

● 외국인선수 몰아주기, 단기전에선 안 통한다!

외국인선수 몰아주기가 정규리그에선 통할지 몰라도 단기전에선 어림없다. 지난 시즌 KCC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 실패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KCC는 안드레 에밋(35) 몰아주기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상대의 수비전략이 총동원되는 챔피언 결정전에선 오리온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에밋만 바라보는 농구에 익숙해진 국내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까닭에 오리온의 수비 변화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이미 경기력을 상실한 국내선수들이 갑자기 단기전에서 살아날 순 없다. 지난 시즌 KCC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변화가 필요한 삼성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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