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전쟁터 누빈 ‘강골 전사’… 트럼프, 안보보좌관에 육군중장 맥매스터 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현역 발탁, 30년만에 처음

“끝내주는(outstanding) 선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낙마한 지 일주일 만에 허버트 맥매스터 육군전력통합센터장(육군 중장)을 후임으로 임명하자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렇게 논평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분쟁을 막기 위해 동맹국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맥매스터가 트럼프의 고립주의 성향을 상쇄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맥매스터 카드’를 꺼내 든 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군과 워싱턴 정가의 신뢰를 받는 맥매스터를 등용해 플린 낙마로 불거진 러시아 내통 스캔들 확산을 차단하고,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등 각종 안보 위협에도 차질 없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현역 군인이 국가안보보좌관에 오른 것은 콜린 파월이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발탁된 뒤 30년 만이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트럼프와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기자들에게 “미국인의 이익을 촉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핵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기조와 일치한다. 맥매스터는 2014년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지칭한 뒤 “(북한이 개발 중인) 대량살상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가 보병 사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과 인연도 있다. 아버지는 베트남전에도 참전해 대위까지 진급했다.

맥매스터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84년 임관한 뒤 33년간 전장에서 경험을 쌓은 군사 전략가이자 대테러 전문가로 꼽힌다. 역사학 박사로 ‘생각하는 전사(warrior thinker)’란 별명을 가진 그는 수천 권의 군사전략서를 탐독해 ‘수도승 전사(warrior monk)’란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유사한 점이 많다.

기갑병과 출신인 그는 1, 2차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 잇따라 참전했다. 그는 이라크전 최대의 기갑전으로 불리는 1991년 2월 26일 ‘73이스팅 전투’의 주역이다. 당시 미 지상군의 2기갑연대 소속 2중대 지휘관이었던 맥매스터 대위는 탱크 9대를 이끌고 이라크군 탱크, 장갑차 80여 대를 궤멸하는 전과를 올렸다. 2007년 이라크전에선 대령 신분으로 반란군 진압 현장 매뉴얼을 개발해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맥매스터는 2007년 전후로 준장 진급에 두 차례 실패한 적이 있다. CNN 등 미 언론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의 강골 성향이 걸림돌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신의 역사학 박사 논문을 보강해 1997년 ‘직무유기’란 책을 낸 게 발단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가 현장 지휘관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해 결국 베트남전에서 패배했다고 지적해 군 수뇌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도 많은 지지자를 갖고 있는 맥매스터는 이후 진급을 거듭했고 무난히 중장까지 올랐다. 2014년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공화당 소속의 데빈 누니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군사 현안에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제공해 온 맥매스터의 발탁은 트럼프 안보팀에 아주 좋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맥매스터#미국#플린#트럼프#임명#안보보좌관#육군중장#현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