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이란 또 ‘종파 충돌’… 시리아 평화 먹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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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종식후 패권 장악놓고 갈등
터키 “시아파 지원 중단하라” 공세… 이란 “인내 한계… 말조심하라” 반격
대사 초치… 중동정세 다시 불안

“말조심하라. 이란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바람 가세미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공식 논평에서 터키를 향해 이렇게 독설을 쏟아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이 전날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시아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종파 정책으로 지역 안보를 불안케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란 외교부는 이날 하칸 테킨 주이란 터키 대사를 테헤란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터키 외교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휴전 체제의 양축인 이란과 터키가 종파 문제 때문에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터키는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분쟁이 종식되면 두 국가를 시아파 국가로 만들려고 과도하게 시아파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우쇼을루 터키 장관은 “터키는 중동에서의 어떠한 파벌주의에도 반대하며, 이란은 지역 안보를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터키는 이라크와 시리아 분쟁이 마무리되면 이란이 이들 국가를 시아파 벨트로 포섭해 터키 사우디 등 수니파 벨트에 대항하는 연합체로 자리 잡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시아파 민병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고 있다.

이 세력들이 터키군의 시리아 이라크 내 군사 활동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도 터키가 이란에 강수를 둔 배경으로 꼽힌다. 터키는 시리아 국경에서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를 격퇴한다는 명목으로 지상군을 투입시켰고, 이라크에선 모술 탈환전 등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란 외교부는 “불법적이고 정당성 없는 조치로 유혈사태를 야기해 지역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세력이 ‘비난 게임’을 이어가는 데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터키를 비난했다.

이란의 포화에 터키도 즉각 응수했다. 터키 외교부는 같은 날 언론 브리핑에서 “피난처를 찾는 난민을 전장으로 몰아넣는 나라가 다른 국가에 지역 긴장감 고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대신 지역 정책을 거듭 살피라”고 말했다고 터키 아나톨루통신이 보도했다.

이란과 터키의 설전에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유엔 주도 시리아 평화회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을 제외한 러시아, 터키, 이란 주최로 16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2차 평화회담이 흐지부지 끝났다. 터키는 “아스타나 회담은 정치적 해법의 기본인 제네바 회담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유엔 주도 회담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부 측 대리인인 이란과의 갈등이 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유엔 회담마저 성과가 없다면 최근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는 휴전 체제가 한층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군 측에선 이란보단 러시아가 입김이 더 강한 만큼 이란과 터키의 외교전이 회담 파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이란#종파 충돌#시리아#내전#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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