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제주 투자유치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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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원스톱 서비스’는 말뿐 투자자가 실무부서 일일이 찾아야
제주투자진흥지구 해제 둘러싸고 심의위원들 주관적 투표 논란

제주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기관은 투자자 편의를 위해 ‘원스톱 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투자자가 실무부서를 쉴 새 없이 오가야 할 만큼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다. 허가가 난 관광지구 투자도 사업 축소나 개발 불가 등의 칼날을 들이대는 일이 발생하고 사업체 매출액의 일정 지분과 마을회관 신축 등을 요구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6일 제주투자진흥지구 해제를 놓고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는 기준과 원칙이 없는 투자 유치 정책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심의회는 23명의 위원 중 16명이 참석했다. 제주투자진흥지구는 제주도의 핵심 산업 육성 등에 투자하는 국내외 자본에 대해 국세인 법인세와 지방세인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특례를 적용하는 제도다. 이날 심의는 세금 감면을 받고도 제대로 투자를 이행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투자진흥지구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해제 여부 심의에 오른 사업은 ㈜보광제주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제이제이한라 묘산봉관광지, ㈜더원 비치힐스리조트, ㈜호텔롯데 제주롯데리조트, 제주분마이호랜드㈜ 이호유원지 등 5개이다. 그동안 투자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투자를 지속해서 사업을 완결 지을 증빙자료와 의지가 있으면 투자진흥지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이 투표를 실시한 결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실제 투자액 비율이 48.7%에 불과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토지를 중국 기업에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사업은 지구 지정을 유지한 반면 투자액 비율이 75.0%에 이르는 제주롯데리조트 사업은 찬성 14표, 반대 2표로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공유수면만을 매립한 채 전혀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이호유원지 사업의 찬성 11표, 반대 5표에 비해서도 제주롯데리조트 사업에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 투자액, 고용 인원, 향후 투자 의향 등에 대한 배점기준 없이 심의위원의 주관적인 찬반 투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비치힐스리조트는 호텔 건설을 위해 제주지역 중견 건설사와 계약을 맺어 지난달 착공했고, 묘산봉관광지는 지난해 사업주 변경 이후 새롭게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지구 지정 해제를 공식적으로 반대했는데도 찬성 12표, 반대 4표로 해제 결정이 났다. 지구 지정에서 해제된 이 4개 사업체는 최근 5년 지방세 감면액 106억 원가량을 추징당할 상황이다. 한 사업체 관계자는 “심의 기준이 뭔지 몰라 당혹스럽다”며 “감정적으로 투표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난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투자 유치를 했다고 떠들썩하게 알려놓고는 인허가 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생기면 슬그머니 발을 빼거나 차일피일 결정을 늦추는 일도 발생하면서 신규 개발사업에 나서는 투자자가 없을 정도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인 서귀포시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사업에 대한 투자 기업은 사업을 중도 포기하는 고비를 겨우 넘겼다. 지난해 착공한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중국 투자 기업의 관계자는 “제주도나 정부 공기업이 유치하는 사업에 투자하면 잘될 줄 알았지만 실상은 가시밭길이었다”며 “앞으로 중국은 물론이고 해외 자본이 대규모 투자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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