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선택되지 않은 대통령”…대통령의 날, 反 대통령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2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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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공휴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2월 셋째 주 월요일)‘인 20일(현지 시간)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 20여 곳에선 ’반(反)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날을 ’(트럼프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의 날(NotMyPresident‘s Day)’로 명명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의 항의 집회를 열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이날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과 콜럼버스 서클에 모인 시민 3000여 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각종 행정명령에 저항하는 의미로 ‘반대(NO)’라는 단어를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적은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을 ‘선출됐지만 선택되지 않은(Elected but not chosen) 대통령’이라고 규정했고, 한 시민은 ‘파시스트 아메리카 노(No)! 노! 노!’라는 구호도 적었다.

이날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올가 렉셀 씨는 “지난 대선에서 총득표에선 패배한 트럼프가 마치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처럼 통치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수백, 수천 명의 시위대가 ‘입국 금지 반대, 장벽 반대(No ban, no wall)!’ 등의 푯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워싱턴, 애틀랜타 등에선 ‘지금 바로 탄핵(ImPEACH Now)’라는 피켓까지 등장했다. CNN은 “반트럼프 시위처럼 이민, 여성, 기후변화, 에너지 등 다양한 이슈별로 (취임 이후) 끊임없이 대규모로 전개되는 양상은 거의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생겨난 ‘선거 후(Post Election) 스트레스 장애(PESD)’ 현상이 3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PESD는 충격적인 일을 겪은 뒤 발생하는 정신·신체장애를 뜻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PTSD)’에서 따온 신조어.

CNN은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온라인 정신 상담 포털인 ‘토크 스페이스’의 상담 예약 문의가 대선 직후 3배로 급증했는데 1월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명령 등의 대상이 됐던 무슬림, 흑인, 유대인, 동성애자 같은 사회 소수 세력의 상담 요청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PESD 현상을 겪는 사람들은 수면 장애, 업무 집중도 저하, 가족 및 친구들과의 잦은 언쟁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시카고의 심리학자인 낸시 몰리터는 “지난 28년간 심리 상담을 하면서 이런 수준의 스트레스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패한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내가 공화당원이면 트럼프의 모든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주위에서 생각할까 봐 타인과의 대화를 기피하게 된다”고 호소한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트럼프 당선 이후 불확실성과 정치 사회적 분열·갈등 양상이 미국인의 행복감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의한 행복감 저하는 경제 여건이 나아지면 해소되지만 ‘트럼프 요인’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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