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애물단지’ 된 日 봅슬레이 경기장 문 닫을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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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나가노 올림픽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한 일본 유일의 봅슬레이·루지 경기장 ‘스파이럴’이 결국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고 일본 언론이 21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가노(長野) 시의 공공시설 운영 방침을 논의하는 ‘공공시설 적정화 검토위원회’는 최근 가토 히사오(加藤久雄) 시장에게 ‘내년 평창 올림픽 이후에는 겨울철 제빙을 중지해야 한다“는 검토 결과를 전달했다. 현재 스파이럴은 운영비 때문에 겨울에만 얼음을 얼려 연습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토 시장은 ”제언을 존중하고 싶다. 나도 시의 세금으로 시설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검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기장은 1996년 101억 엔(현재 환율로 약 1020억 원)을 들여 지어졌다. 하지만 봅슬레이와 루지가 대중적인 종목이 아닌데다 얼음을 얼리고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경기 후에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더라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연간 유지 보수비용이 1억2000만 엔(약 12억 원)에 달한다. 그러자 ”시민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적자 시설을 왜 유지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시는 갈수록 시설이 노후화되기 때문에 유지보수를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21억3000만 엔(약 215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검토위원회는 해체에도 거액(13억5000만 엔)이 들기 때문에 일단 제빙을 멈추고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토위원회의 마츠오카 야스마사(松岡保正) 위원장은 ”선수 여러분께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올림픽 시설의 새로운 이용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며 이해를 구했다. 가토 시장은 3월 말 최종 결론을 발표할 방침이다.

일본 유일의 봅슬레이·루지 경기장이 사실상 문을 닫는 수순에 들어가자 경기단체와 선수들 사이에선 ”더 이상 일본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힘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 나가서 연습할 수 있는 해당 종목의 선수는 일본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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