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증권맨… 古城… 어디든 어울리는 클래식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성규 기자의 아, 저 차 영화에서 봤어!

신비로우면서도 어두운 역사가 깃든 스위스 고성(古城)으로 이어진 산길을 각진 검은 벤츠 한 대가 미끄러지듯 올라간다. 뒷자리에 탄 사람은 뉴욕 월가의 야심찬 젊은 간부 ‘록하트’. 그는 고성에 있는 요양원에 입원한 선배 간부를 다시 뉴욕으로 데려가기 위해 가는 길이다. 회사의 부정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더 큐어’의 초반부 장면이다. 영화에서 퇴폐미를 가득 발산하는 데인 드한이 연기하는 주인공 ‘록하트’는 벤츠 뒤에서도 노트북을 두드리며 일에 열심이다. 운전사가 “이 요양원에는 성공한 사람들만 온다”고 설명하자 별 거 아니라는 듯 “가격이 비싼가보군요”하고 심드렁하게 받아친다.

역시 이런 심오한 공간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제격이긴 하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차는 벤츠긴 한데 상당히 각지고 디자인도 예스럽다. 모델명이 써 있지 않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리어램프의 모양으로 볼 때 S 클래스의 1세대(W116) 혹은 2세대(W126) 모델과 비슷한 모습이다. 1970∼1980년대에 주로 생산된 모델이니 이젠 클래식카로 구분해도 될 것 같다.

이 벤츠는 오래된 모델인데도 현대물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잘 어울린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일을 처리하는 증권맨과 1800년대 후반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고성은 벤츠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같은 고급차 브랜드지만 좀 더 젊고 최첨단을 추구하는 BMW와는 다른 이미지다.

지금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벤츠의 저력은 이 같이 무게감 있는 이미지에서 나온 것 아닐까 싶다. 한때 노회한 회장님만 타고 다닐 것 같은 이미지를 깨기 위해 최대한 ‘젊음’을 강조하던 벤츠는 이제 모든 연령층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한 듯하다.

영화 속에서 벤츠는 록하트를 영화의 주 무대인 요양원까지 안내하고 또 그가 요양원에 머물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래된 벤츠가 풍기는 분위기처럼 차분하고 신비한 스위스 고성은 종국에는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고 만다.

중간에는 이 벤츠보다 오래돼 보이는 벤틀리의 클래식 모델도 등장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벤틀리가 풍기는 분위기와 벤츠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더큐어#영화#자동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