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녹여먹고, 붙이고… 손쉽게 섭취하는 ‘고령친화 치료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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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약 복용이 쉽지 않은 고령자들을 위한 약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약의 부작용을 줄인 알약, 붙이는 약, 흡입하는 약 등이 대표적이다. 셔터스톡 제공
약 복용이 쉽지 않은 고령자들을 위한 약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약의 부작용을 줄인 알약, 붙이는 약, 흡입하는 약 등이 대표적이다. 셔터스톡 제공


2016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3%를 돌파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 환자는 신체기능이 떨어져 거동이 불편하거나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엔 고령 환자의 특수한 상황을 배려한 ‘고령 친화 치료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흔히 고령 환자에게 많은 ‘뇌중풍(뇌졸중)’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률 3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질환입니다. 그런데 뇌중풍 위험을 5배나 높이는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심장리듬에 문제가 생기는 ‘심방세동’인데요. 심방세동이 있는 뇌중풍 환자는 심방세동이 없는 뇌중풍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2배가량 높습니다.

그런데 심방세동은 환자의 63%가 진단 시 70세 고령이어서, 치료 시 어려움이 많습니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중풍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 사용이 권장되는데 기존에 주로 쓰이던 와파린은 4주 한 번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에겐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녹황색 채소, 콩 등에 들어있는 비타민K는 와파린의 약물 효과를 떨어뜨려 환자들에게 이러한 음식 섭취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가 출시되면서 고령 환자의 항응고 치료가 한층 수월해졌습니다. 특히 여러 약 가운데 ‘엘리퀴스’는 위장관 출혈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도 큰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갈아서 물이나 주스와 함께 복용할 수 있어 알약을 삼키기가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을 줍니다.



또 음식을 아예 삼키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 약물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G 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요실금치료제 ‘유리토스’가 최근 구강붕해정으로 새롭게 허가 받았고, 한국 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역시 구강붕해정 제형을 출시해 고령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고령에서 많이 나타나는 천식 및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를 위한 따뜻한 치료제도 있습니다. 천식 흡입제 ‘듀오레스피 스피로맥스’는 미세한 약물 입자가 잘 쪼개지도록 만들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령 환자의 폐 깊숙이 약물이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피부에 붙이는 치매 치료제 ‘엑셀론 패취’ 역시 고령 환자를 배려한 치료제입니다. 치매 환자 특성상 스스로 때맞춰 약을 복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만들어진 약으로, 한 번 붙이면 24시간 동안 약효가 유지됩니다. 또 복약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치료 순응도를 높일 뿐 아니라 간병인들의 편의까지 고려한 치료제입니다.

100세 시대. 고령 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고령층에 보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고령 환자의 건강 및 삶의 질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likeday@donga.com
#약#고령친화치료제#이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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