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위자료 73조원 내야 브렉시트 협상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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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先이혼 後협상’ 로드맵 밝혀… 영국 “탈퇴하는데 왜 돈 내나” 반발
FT “EU내서도 탈퇴 기준 논란”

유럽연합(EU)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단이 600억 유로(약 73조3000억 원)의 탈퇴세(exit bill)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영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밝혀 브렉시트 협상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해서만 논의한다는 게 EU 브렉시트 수석협상가 미셸 바르니에의 전략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른바 ‘선(先)이혼 후(後)협상(Narrow divorce-first)’ 전략으로 영국이 EU에 지불해야 하는 탈퇴세 문제가 말끔하게 정리돼야 영국이 원하는 무역 협상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 탈퇴세에는 영국이 2020년까지 매년 내기로 했던 EU 예산, 영국이 EU에서 주도했던 프로젝트 비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니에는 최근 몇 주 동안 이런 내용이 담긴 협상 전략과 시간표에 대해 EU 27개 회원국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집행위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이) 당초 서약했던 재정지원금을 내는 건 질서 있는 결별 협상에서 필수적 요소”라며 “27명의 친구와 함께 술집에 가서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파티가 계속되고 있는데 떠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주문한 술값은 내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다음 달 말까지 EU 탈퇴 절차인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고, 이후 탈퇴 협상과 무역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 2018년 말까지 신속하게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바르니에의 전략대로라면 영국의 모든 협상 스케줄이 엉클어진다. 프랑스 외교장관 출신인 바르니에는 2010년부터 4년 동안 EU 집행위원 시절에도 영국과의 시장과 서비스 분야 협상 때 강한 잣대를 들이대 영국에서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바르니에가 고의로 협상 시한을 늦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했다.

리엄 폭스 영국 통상장관은 최근 “우리는 탈퇴를 할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 왜 우리가 그들의 돈을 내야 하느냐”며 “터무니없다(absurd)”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아이번 로저스 전 EU 주재 영국대사는 이달 초 의회 브렉시트위원회에 출석해 “(EU와 영국이)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욕설(name-calling)과 주먹다짐(fist fighting)을 해야 할 것”이라고 험난한 협상 과정을 경고하기도 했다.

FT는 EU 내에서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이 바르니에의 전략을 지지하고 있지만 스페인 측은 브렉시트 탈퇴 과정에 너무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어 미래 무역 협상에 대한 논의를 지연시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eu#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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