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제왕절개 출산… 벌레득실 감자로 연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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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쌍둥이 임신母-세자녀가 겪은 지옥 같은 ‘32개월 수감생활’

시리아 감옥의 인권유린 실태를 폭로한 라샤 샤르바지 씨가 지난주 반군 점령지인 알레포의 자택에서 다섯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감옥에서 낳아 보육원으로 보내진 쌍둥이 딸은 아직까지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텔레그래프 제공
시리아 감옥의 인권유린 실태를 폭로한 라샤 샤르바지 씨가 지난주 반군 점령지인 알레포의 자택에서 다섯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감옥에서 낳아 보육원으로 보내진 쌍둥이 딸은 아직까지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텔레그래프 제공

“차라리 제발 죽여 달라고 간수에게 애원했습니다.”

시리아 여성 라샤 샤르바지 씨(34)는 19일(현지 시간) 보도된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쌍둥이를 임신한 채 정부가 운영하는 알 메자 감옥에서 보낸 32개월간의 끔찍한 삶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샤르바지 씨는 임신 7개월이던 2014년 5월 22일 이민국으로 여권을 찾으러 가다가 체포돼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감옥에 투옥됐다. 8세, 6세, 5세 자녀들도 함께 감옥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파리와 벌레가 득실대는 삶은 감자로 연명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주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포로 교환 협상으로 32개월 만에 풀려나 가족들과 해후한 샤르바지 씨가 폭로한 시리아의 인권유린 실태는 참혹했다. 샤르바지 씨는 투옥되자마자 반군 성향 정치활동가인 남편 오사마 씨의 소재를 대라는 협박을 받았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감옥에서 ‘714번’이라는 죄수 번호로 불렸다.

간수들은 만삭인 그를 군 병원으로 끌고 가 강제로 제왕절개를 시켰다. 그렇게 태어난 쌍둥이 딸은 감옥에서 옷을 받지 못해 넝마를 걸쳤다. 간수들은 두 갓난아기를 창 밖으로 집어던지려는 제스처를 취하며 샤르바지 씨에게 남편의 소재를 대라고 협박했다. 쌍둥이는 모유조차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다른 세 자녀도 겨울이 오자 추위에 떨다가 보육원으로 가야 했다.

샤르바지 씨는 끔찍한 고문 현장도 폭로했다. 케이블선이나 맨손으로 여자 죄수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얼음물을 끼얹은 뒤 바로 뜨거운 물을 부으며 고통을 줬다. 전기의자에서 고문받다가 죽은 남성도 봤다. 다섯 살 남짓한 어린이를 벽에 세워두고 집단 구타한 뒤 아이가 주저앉으면 또 때려 일으켜 세웠다. 이 감옥 수감자들은 반군 성향 남편의 가족인 여성과 어린이가 대다수인데,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외부 연락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운영하는 감옥에는 현재 1만여 명이 재판 없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8500명이 여성이며, 이 중 300명은 16세 이하 소녀들로 알려졌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내전이 한창이던 2011∼2015년 다마스쿠스 인근 세드나야 군 감옥에서만 1만3000명이 교수형에 처해지고 3만 명이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샤르바지 씨는 지난주 정부군과 반군의 포로 교환으로 풀려나 반군 점령지인 알레포 주에서 남편과 다섯 자녀와 해후했다. 감옥에서 낳은 쌍둥이는 훌쩍 자랐지만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여전히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며 “전 세계가 시리아의 범죄로 인한 비극을 끝내는 데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휴전으로 잠시 평온을 되찾았던 다마스쿠스 일대는 정부군이 19일 외곽 지역 반군 점령지에 폭격을 가해 16명이 사망하면서 다시 전운이 감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반군은 정부군 지역에 로켓을 최소 3발 발사하며 반격했다.

한편 이라크군은 19일 오전 7시를 기해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하고 있는 모술 서부 지역 탈환 작전을 공식 선언하고 진격에 나섰다. IS가 모술을 빼앗기면 이라크에서의 세력이 급격히 쇠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시리아#감옥#인권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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