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민방위대 ‘하얀 헬멧’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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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 美법원 反이민 제동에 美비자 받아

다큐 영화 ‘하얀 헬멧’ 포스터.
다큐 영화 ‘하얀 헬멧’ 포스터.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필사의 구조작업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 헬멧’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설 수 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TY)가 17일 보도했다.

하얀 헬멧의 구조 활동을 그린 영화 ‘하얀 헬멧’은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올라있다.

시리아 국적인 이들은 지난달 25일 시상식에 초청받고 한껏 들떴지만 이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를 포함한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좌절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원이 행정명령을 일시 중지시켜 17일 미국 입국 비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3000여 명으로 구성된 하얀 헬멧은 2011년부터 불거진 시리아 내전 현장을 누비며 폭격에 맞은 건물 잔해를 뚫고 7만8000여 명의 목숨을 구해냈다. 하얀 헬멧을 이끄는 라에드 살레 씨와 조수 겸 영화 촬영기사 칼레드 카티브 씨는 최대한 빨리 미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트럼프가 다음 주에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미국 입국길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살레 씨는 “우리의 역사를 담은 영화에 나오는 대원 여럿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이번에 우리가 수상해서 하얀 헬멧의 희생이 의미 없는 게 아니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AFP에 말했다. 카티브 씨는 “시상식을 통해 세계가 시리아인의 고통을 본다면 반드시 이를 멈추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얀 헬멧과 함께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내 고향 와타니’의 시리아인 주인공 할라 카밀 씨도 할리우드를 방문한다. 영화는 네 자녀의 엄마인 카밀 씨가 남편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되면서 시리아를 떠나며 겪는 시련을 그렸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시리아 내전#노벨 평화상 후보#하얀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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