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官-재벌 중심 경제 탈피”… 문재인측 “알맹이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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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되는 안희정-문재인 신경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0일 자신의 경제정책 비전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구체적인 공약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불식하기 위한 정책 행보였다.

안 지사는 이날 ‘한국, 경제혈압이 문제입니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 공정, 혁신, 개방’이란 제목의 경제정책집을 공개했다. 저성장, 양극화,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를 비만 등 성인병으로 진단하면서 구체적인 해법으로 징벌적 배상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안 지사는 정책집에서 “대한민국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해 본 적이 없고, 관(官) 주도, 재벌 중심의 낡은 질서가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며 “자유, 창의, 도전, 땀이 존중받는 약자와 강자가 동등한 공정한 시장경제를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황해가 새로운 경제적 부(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북한 노동자가 남한에서 일하는 평화경제특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위원 표심속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운데)가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해 환한 표정으로 여성 위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민주당 여성위원 표심속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운데)가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해 환한 표정으로 여성 위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안 지사의 정책을 총괄하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정부 역할의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접근법이 다르다”며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같이) 개혁 주체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지사의 경제정책집에선 큰 방향만 제시됐다. 안 지사 측은 선심성 공약을 하지 않는다는 기조에 따라 목표치를 숫자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준비 부족 논란이 일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한 의원은 “문 전 대표보다 준비가 덜 됐고 알맹이 있는 공약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 측은 “오늘 자료집은 안 지사의 경제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한 자료집이고, 재벌개혁, 일자리, 복지 등 세부 공약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경제공약에 대한 미묘한 신경전은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 논란에서도 계속됐다. 안 지사는 이날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두둔하려고 드린 말씀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대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게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다. 그걸 극복하자는 게 제 (발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날 안 지사는 부산대 즉문즉답 행사에서 “K스포츠·미르재단도 사회적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에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해 논란이 촉발됐다.

정책 동영상 ‘주간 문재인’ 촬영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정책 제안 동영상인 ‘주간 문재인’ 촬영에 앞서 최근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한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와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책 동영상 ‘주간 문재인’ 촬영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정책 제안 동영상인 ‘주간 문재인’ 촬영에 앞서 최근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한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와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날 “안 지사가 ‘선의로 한 말’이라는 해명을 저는 믿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서울 마포구에서 ‘주간 문재인 6탄’ 공개촬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다.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의도보다 결과다”라며 각을 세웠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최종적으로는 우리 민의, 선을 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이에 “현재의 여야 진보 보수의 진영 가지고 절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못 만들어 준다. 제가 모셨던 그분(노무현)이 떨어져 죽고 나서 들었던 나의 감정”이라며 “저는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다. 광화문광장에 앉아 있을 땐 나도 열 받지만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될 지도자일 때는 그 분노라는 감정이 너무너무 조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안희정#문재인#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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