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종현]전기생활용품 인증제, 수정 보완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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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한국정책재단 수석연구원
김종현 한국정책재단 수석연구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을 두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해 만든 전안법이 시행되면 전기용품뿐만 아니라 의류 잡화 같은 공산품과 생활용품에도 안전기준을 준수했다는 표시인 ‘공급자적합성확인(KC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자체 안전검사 장비를 갖추지 못한 소상공인은 외부 인증기관에 수십만∼수백만 원을 내고 KC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 또 인터넷을 통해 판매, 대여, 판매 중개, 구매 대행하는 사업자를 비롯해 수입 대행을 하는 사업자까지 포함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필자는 전안법이 소상공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기 위하여 직접 외부 인증기관에 의뢰해 KC인증을 받아 보았다. KC인증을 의뢰한 제품은 유아용 섬유제품인 길이 20cm, 폭 5cm의 헤어밴드 A와 헤어밴드 B. 두 제품 모두 원단만 다르다. A제품은 ‘폴리우레탄+폴리에스터’, B제품은 ‘면+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졌다.

외부 인증기관의 안전확인 신청서 양식에 맞춰 △시험 검사 신청서 △안전확인 신고서 △제품소개서를 작성한 뒤 등기우편으로 접수시켰다. 얼마 뒤 한 통의 e메일이 도착했다. ‘2017년 1월 9일 접수 내용 △A제품 수수료 33만3300원 △B제품 수수료 12만4300원 △A, B제품 각각 인증비용 5만5000원은 미포함.’ 총 56만7600원이었다.

A제품이 B제품에 비해 수수료가 비싼 이유를 물으니 “A제품에는 조성섬유에 폴리에스터가 포함되어 있어 ‘알레르기 염료 처리 여부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검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청자가 알레르기 염료가 처리되지 않았다는 근거 자료인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직접 구해 외부 인증기관에 보내야 한다.

필자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구하기 위해 다시 서울 동대문 원단 가게에 전화했지만 “우리 가게에서는 그런 거 취급 안 한다” “자꾸 귀찮게 할 거면 안 팔고 만다”는 매몰찬 답변만 들었다.

힘겹게 원단을 만든 염료 전문 업체를 수소문해서 알아낸 뒤 수차례의 통화와 부탁 끝에 결국 A제품 폴리에스터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받아냈다.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외부 인증기관에 보내고 수수료 20만9000원이 깎인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비로소 KC인증 성적서를 받을 수 있었다.

아기 헤어밴드 두 제품의 KC인증을 받기 위해서 11일이 걸렸고 총비용은 35만8600원이 들었다. 원단 업체, 인증기관과 10여 차례 전화 통화를 했으며 질문과 답변이 메일로 서너 번 오갔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공산품 품질 인증을 강화한다는 전안법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기간, 비용, 인증 절차에 대한 아무런 수정·보완 없이 이대로 시행한다면, 내년부터 700만 소상공인 가운데 전안법 대상자는 모두 필자처럼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김종현 한국정책재단 수석연구원
#전기생활용품#전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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