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전쟁과 함께 드리운 코트 위 ‘불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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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2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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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닻을 올린 2016~2017 프로배구 V리그가 이제 대장정의 끄트머리를 남겨놓고 있다.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마지막 관문인 6라운드에 돌입하며 최종 순위전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점은 역시 남자부 중상위권 싸움이다. 선두 대한항공(승점 64)이 멀찌감치 앞서있지만, 그 뒤를 따르는 팀들은 격전에 한창이다. 2위 현대캐피탈(승점 53)과 3위 한국전력(승점 52), 4위 우리카드(승점 51)가 모두 승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여기에 5위 삼성화재(승점 48)마저 호시탐탐 ‘봄 배구’ 마지막 티켓을 노리는 모양새다.

그런데 순위전쟁이 주는 치열함이 과도한 탓일까. 코트 곳곳에서 심판 판정과 관련된 잡음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고 있다. V리그 전체에 ‘불신’이 쌓인 느낌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지난달부터다. 지난달 13일 안산 OK저축은행-현대캐피탈에 이어 15일 장충 우리카드-삼성화재에서 오심과 판정번복이 이어지며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승점 하나가 중요한 감독과 선수들로선 격렬한 항의가 당연했고,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은 자체징계를 내려 수습에 들어갔다.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대한항공 경기에서 한국전력 강민웅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나와 경기감독관의 제지를 당하자 유니폼을 겹쳐 입고 경기에 출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 선수로 간주되어 교체되고 11점 감점을 당했다. 계양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대한항공 경기에서 한국전력 강민웅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나와 경기감독관의 제지를 당하자 유니폼을 겹쳐 입고 경기에 출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 선수로 간주되어 교체되고 11점 감점을 당했다. 계양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그러나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된 ‘부정유니폼 사태’는 그 정점이었다. 14일 불거진 한국전력 강민웅(32)의 유니폼 사태와 점수삭감 논란, 셀프징계는 불신의 더미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 됐다.

19일 수원 한국전력-우리카드는 ‘불신의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날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과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막판까지 끊임없이 심판판정에 항의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 감독은 2세트 중반 비디오 판독결과에 격렬히 항의하다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고, 김 감독 역시 노골적인 불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기는 수차례 중단됐고, 심판진은 감독과 선수들의 항의를 잠재우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승부처 판정 하나에 따라 봄 배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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