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경세 현실화땐 최악… 플랜B 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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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한달… 국내 통상전문가 100여명 대응방안 토론회


“저희 회사는 미국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차원에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조사단을 꾸려 미국 현지에 파견할 예정입니다.”(주상범 한세실업 전무)

“한국은 미국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40%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일 출범 한 달을 맞은 가운데 무역 전문가들과 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모여 최근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무역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 대강당에서 ‘미국 통상정책 평가 및 전망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신승관 원장은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통상 압력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각각의 실현 가능성을 기업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신 원장은 ‘국경조정세’가 현실화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이런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경조정세는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상충되기도 하지만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도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인한 위험성을 다각도로 제시하면서도 현 상황이 한국 수출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보인 행보는 예상 범위에 있었고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차원에서 미국에 투자 여력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기업인들에게 조언했다.

현 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주년이 되는 다음 달 15일을 전후해 FTA가 미국에도 득이 되고 있다는 것을 미국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한국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이행한다는 신뢰도 미국에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유업체 관계자는 “‘메이드 인 USA’를 강조하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있었지만 지금은 그 강도가 훨씬 세졌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인식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홍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은 “그간 한국 무역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고 환경의 변화를 혁신의 계기로 삼으며 성장해 왔다. 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구조적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취임을 전후해 각 기업은 통상 담당 인력을 늘리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철강 부문 산하에 무역통상그룹 조직을 운영 중인 포스코는 지난달 미주대표법인인 포스코아메리카에 반덤핑, 상계관세 등을 다루는 관세법 전문 인력을 새로 충원했다. 철강협회도 지난해 미국 워싱턴 사무소를 개소한 데 이어 연내에 미국철강협회와 정례적으로 교류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사태를 길게 보고 중국, 남미, 유럽 수출 비중을 늘려가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 여부 같은 핵심 변수들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트럼프#국경세#현실화#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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