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땐 대기업 사금고 우려” “금융 혁신 위해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국회 ‘인터넷은행 설립 공청회’ 공방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공청회’에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대선 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21∼24일)를 앞두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여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가 커 이달 열린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케이(K)뱅크가 다음 달, 카카오뱅크가 6월 이전 영업 시작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이 ‘반쪽짜리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산업자본에 의결권을 주는 지분의 한도를 4%에서 50% 또는 34%로 상향한다’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이날 논쟁의 핵심은 은산분리의 파급 효과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처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주주에게 신용 공여를 할 가능성이 있고, 대주주 기업이 부실화되면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예금보험제도(정부가 5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주는 제도)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은 (부실이 났을 때 세금이 투입되므로 은산분리) 규제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비대면 영업 환경에서는 기업 여신이 불가능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사금고화될 이유가 없고, 대주주 거래는 법으로 규제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현재 발의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엔 은행이 대주주 신용 공여와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은행의 사금고화는 자금이 모자라던 시절 기업이 은행 예금을 갖다 쓰던 것이었다”며 “회사채 발행 등 대안이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은산분리가 금과옥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고 교수는 “금융기관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달리 인건비와 임차료를 절약해 높은 예금 금리, 낮은 대출 금리 상품을 제공하고, 빅데이터로 고객을 세분해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맞섰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 따라 국정 전반이 대선정국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법안소위가 대선 전에 다시 열리기 어려울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금 2500억 원으로 시작하는 케이뱅크는 올해 대출 목표를 4000억 원으로 정했다. 증자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그러나 현행법상 증자를 하려면 KT의 지분이 커지지 않도록 주주들이 함께 나서야 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 때부터 은산분리에 대한 입장 차이가 분명했는데 금융위원회는 일단 예비인가를 내주고 이후에 법을 고쳐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KT가 현행법 아래서 증자를 할 수 없다면 왜 인가를 내준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급한 산업적 요청이 있었다”며 국회에 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재차 요청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은산분리#인터넷은행#공청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