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국서 젊은女 납치해 공작원 교육 후 현지 파견…청부살인 시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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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20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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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 용의자 2명의 정체를 놓고 여러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제3국의 일반인을 북한으로 납치한 후 공작원으로 교육시켜 현지에 파견시켜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에 소속돼 실제 해외 공작에 관여했던 고위 탈북민 A 씨는 북한이 김일성 시기부터 제3국 일반인을 북한으로 납치한 후 공작원으로 교육시켜 파견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정찰총국 전신인 중앙당 작전부 연락소와 35호실,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이 각각 외국인 납치와 공작원 교육 등을 담당한 뒤 본국으로 다시 파견했다는 것.

A 씨는 “외국에서 젊은 여성들을 납치해와 공작원으로 교육시킨 뒤 현지로 파견시키고는 했다. 정찰총국으로 통합되기 전 작전부 연락소와 35호실, 정찰국이 늘 담당해오던 일”이라면서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북한 소행 테러가 일어나면 작전부와 35호실, 정찰국 중 누가 지휘했는지를 가려내야 했지만, 지금은 그들이 합쳐진 정찰총국 소행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3국 일반인을 고용한 ‘청부업’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A 씨는 “북한 국적의 요원이 신분을 속여 테러를 하려면 신분증도 위조해야 하고 그 나라 말까지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지 않나”라면서 “그러니 다른 목적으로 외국을 방문한 척 한 뒤 현지인을 포섭해 약속한 시점에 테러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 쪽은 가뜩이나 월급도 적은데, 당장 몇 천 달러를 쥐어주겠다는 사람의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정찰총국에선 외국인 공작원에게 임무 수행 대가로 천 달러 단위의 수고비를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남 공작 문제를 추적해온 대북전문가 B 씨도 최근 2~3년 전부터 북한이 제3국 일반인을 고용해 암살 및 테러를 가하는 방식을 주되게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테러 조직처럼 찍혀 있는 만큼, 처음부터 ‘북한 소행’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쓴다는 주장이다.

B 씨는 “주로 동남아나 중국 지역에서 살인 청부업자 고용이 이뤄진다. 동남아엔 아예 살인청부업 시장이 있어 포섭이 상당히 쉽다”면서 “청부살인 경험이 많은, 소위 ‘전문 킬러’가 아니더라도 돈만 주면 별 다른 설득 없이 쉽게 포섭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선 중국 현지인보단 북한 측과 그나마 소통이 잘 되는 조선족을 포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모든 조선족이 다 북한에 우호적인 건 아니지만, 돈만 잘 챙겨주면 이유를 불문하고 범행에 가담할 조선족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29),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25)는 현재 “김정남을 모른다. 장난인 줄 알았다”며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제정신이고서야 외국인(김정남)을 상대로 그런 위험한 장난을 치겠나”라며 “북한이 고용한 간첩이거나, 정말 돈만 바라고 범행을 저지른 청부업자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북측 소행으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청부살인을 한 것이라면, 왜 북측 소행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독극물, 독침 등을 사용한 걸까.

B 씨는 “실패 가능성이 가장 적은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제3국 청부업자를 고용해 저지른 일이니 북한 소행이란 의혹엔 그저 발뺌하면 되지만, 암살에 실패하면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겠나”라면서 “총이나 칼 등 살해 실패 위협이 큰 도구보단, 간단하지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독’이 북한으로선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추측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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