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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공포의 바람’도 문제 없다는 평창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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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공포의 바람’도 문제 없다는 평창조직위

황규인·스포츠부 기자 입력 2017-02-20 03:00수정 2017-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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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스포츠부 기자
“노멀힐(여자), 라지힐(남자).”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15, 16일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을 앞두고 세부종목을 이렇게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이 소개는 결국 거짓말이 됐다. 16일 남자 경기가 노멀힐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바람이 문제였다. 조직위에 파견 근무 중인 기상청 관계자는 “스키점프대를 교체한 건 착지 지점에 바람이 변화무쌍하게 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40억 원을 들여 점프대를 감싸는 방풍 네트를 설치했지만 ‘바람골’이라고 부르던 지역에 스키점프대가 자리 잡은 태생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것이다. 이에 기자는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 때 스키점프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방풍 대책이 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그러자 조직위는 17일 “강풍으로 인한 경기 취소 또는 경기 구역 변경은 타 월드컵 대회에서도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FIS 홈페이지에 남자부 우승자들이 방풍 네트의 우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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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올 시즌 스키점프 월드컵 남자 경기가 노멀힐에서 열린 건 16일 딱 한 번뿐이다. 그 전까지 2016∼2017 시즌 남자 경기는 총 스무 번 열렸는데 모두 라지힐이거나 그보다 더 높은 플라잉힐에서 열렸다.

게다가 올림픽 때는 라지힐 경기를 노멀힐로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바람이 심술을 부리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1988 캘거리 대회 때도 라지힐 경기가 예정보다 사흘 늦게 열린 적이 있다.

또 조직위 눈에는 FIS 홈페이지에 ‘평창의 까다로운 바람(Tricky wind in Pyeongchang)’ 때문에 애를 먹은 선수가 있었다는 기사는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선수들이 방풍 네트를 칭찬했다는 기사에도 ‘바람 여건(condition)이 좋지 못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키점프 여제’ 다카나시 사라(21·일본)는 ‘공풍(恐風·무서운 바람)’이라는 표현으로 바람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지지통신도 “여자 선수들이 바람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맞바람이 불면 (점프대 뒤에 설치한) 방풍 네트도 막을 수 없는 것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여자부 경기 시간은 평균 3분 4초로 앞서 치른 올 시즌 16개 대회 평균(2분 14초)보다 50초 늘었다. 선수들이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게이트(출발대) 위에서 기다리거나 출발대 위치를 조정하는 데 1분 가까이 보낸 것이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은 게 당연한 일이다.

이번 대회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테스트 이벤트’였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고 올림픽 개막 전까지 이를 보완하려고 이번 대회를 치른 것이다. 방풍 네트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데이터도 부족하다.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기보다 눈앞의 비판만 모면하려는 듯한 조직위의 태도가 아쉽다. ―평창에서
 
황규인·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방풍 네트#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국제스키연맹 스키점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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