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대표팀 타순전쟁, 3人3色 ‘1번타자’ 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0일 05시 30분


WBC대표팀 이용규-민병헌-서건창(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WBC대표팀 이용규-민병헌-서건창(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여러모로 유의미한 대회다. 그중에서도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는 2020도쿄올림픽까지 책임질 새로운 ‘Team Korea’의 모습을 가늠해볼 기회다.

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참 많이 바뀌었다.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맛본 4년 전 3회 대회 때 멤버는 고작 8명뿐이다. 특히 타자는 김태균 이용규(이상 한화) 이대호 손아섭(이상 롯데)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김인식 감독의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구성할 타순이 향후 대표팀 구상의 밑그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이제 타순 변화는 이대호에게 달렸다. 또 한 가지 남은 건 1번타자”라고 밝혔다.

타선 고민의 2가지 축은 ‘이대호’와 ‘1번타자’다. 4년 150억원에 친정 롯데에 복귀한 이대호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소속팀 캠프에 있다 17일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틀간의 훈련을 통해 컨디션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대호가 어느 타순에 포진되느냐에 따라 김태균, 최형우(KIA)와 함께 3~5번 클린업트리오가 결정되고, 자연스레 나머지 타순도 확정된다.

문제는 리드오프다. 김 감독은 19일 요미우리전 라인업을 구상하면서 고민 없이 이용규를 1번 타순에 적었다. 그러나 22일 열릴 요코하마전은 다르다. 김 감독은 “1번타자를 바꿔보려 한다. 민병헌과 서건창, 둘 중 한명을 써볼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병헌(두산)과 서건창(넥센)은 캠프를 통해 우익수와 2루수 주전경쟁에서 승리하는 모양새다. 이제 선배 이용규가 버티는 ‘1번타자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WBC대표팀 이용규. 스포츠동아DB
WBC대표팀 이용규. 스포츠동아DB

● 기호 1번, 부동의 ‘국대 테이블세터’ 이용규

이용규는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정근우(한화)와 함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자리를 지켜왔다. 이번 대회는 수술 여파로 정근우가 낙마했지만, 이용규는 새얼굴들과 함께 대표팀 타선을 지키고 있다. 큰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을 ‘경험’만큼은 으뜸이다. 특히 집요하게 공을 파울로 커트해내면서 상대의 투구수를 늘리는 ‘용규놀이’로 유명하다. 1번타자로서 능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돼있다. 지난해 타격 2위(타율 0.352)로 정확성도 으뜸이다.

WBC대표팀 민병헌. 스포츠동아DB
WBC대표팀 민병헌. 스포츠동아DB

● 기호 2번, 장타력 겸비한 ‘우승팀 DNA’ 민병헌

민병헌은 우익수 포지션에서 ‘첫 번째 옵션’이다. 좌익수 최형우-중견수 이용규-우익수 민병헌의 구도가 확정적이다. 중견수와 우익수가 가능한데다 장타력을 겸비한 민병헌은 수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소속팀 두산에서는 3번타자로 나섰지만, 리드오프 경험도 풍부하다. 최근 도루 개수가 준 대신 잠실구장에서 두 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했으나, 기선제압에 나서는 ‘강한 테이블세터’로 주목받고 있다.

WBC대표팀 서건창. 스포츠동아DB
WBC대표팀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기호 3번, 스피드는 제일 ‘새얼굴’ 서건창

서건창은 완벽한 ‘뉴페이스’다. 대체선수로 뒤늦게 발탁된 오재원(두산)보다 컨디션이 좋아 주전 2루수에 한 걸음 다가섰다. 생애 처음 대표팀에 뽑힌 그는 1번타자 후보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도루(26개)를 기록할 정도로 스피드가 뛰어나다. 이용규의 스피드가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서건창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대표팀 경험이 부족한 게 걱정이다. 코칭스태프는 이를 배려해 서건창을 요미우리전에 7번타순에 배치했다. 큰 경기에서도 통할만한 담력을 보여준다면, 서건창 역시 훌륭한 ‘차세대 리드오프’다. 실제로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선 서건창이 가장 두각을 드러냈다. 1번타자 이용규가 3타수 무안타 2삼진, 2번타자 민병헌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반면 7번 타순에 포진된 서건창은 4타수 1안타 1삼진으로 대표팀의 4안타 중 1개를 책임졌다. 2회 빗맞은 타구에 전력질주해 내야안타로 팀의 첫 출루를 이끌었고, 양의지의 좌전안타 땐 3루까지 내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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