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OVO의 11점 삭제, FIVB 판례도 어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0일 05시 30분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대한항공전에서 발생한 유니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강민웅이 
코트에서 뛰는 동안 한국전력이 얻은 11점을 삭제한 조치에 대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대한항공전에서 발생한 유니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강민웅이 코트에서 뛰는 동안 한국전력이 얻은 11점을 삭제한 조치에 대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한국전력 강민웅이 유니폼을 잘못 입은 벌칙은 ‘벌금 10만원’이다.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은 ‘10만 원짜리 사안’조차 처리하지 못해 16일 ‘국제배구연맹(FIVB)에 질의를 통해서 확인절차를 밟겠다’고 공식발표를 한 것이다.

취재 결과, 이 조치를 두고, KOVO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KOVO 핵심관계자 A는 19일 “‘로컬룰로 처리했다’고 발표하면 될 일이었는데, FIVB까지 끌고 갔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의도를 두고 배구인들은 “KOVO가 시간을 끌고 싶어 하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14일 한국전력의 11점을 근거 없이 삭제한 데 대해 비등한 여론을 냉각시키고, KOVO가 원하는 답을 줄만한 FIVB의 루트를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배구인 B는 “확인만 하려고 하면 몇 분이면 될 일”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아시아배구연맹(AVC)의 김건태 심판위원이나 엄한주 경기위원장에게 전화 한 통이면 ‘11점 삭제’의 정당성 여부에 관해 문의할 수 있다. 엄 위원장은 FIVB 경기분과위원이기도 하다. 이를 모를 리가 없음에도 KOVO가 “FIVB 심판부에 묻겠다”고 나오는 것은 두 사람에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KOVO의 한 인사가 엄 위원장에게 비공식 질의를 한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 FIVB가 있는 스위스에 머문 엄 교수와 직접 연락이 닿진 않았지만 여러 루트를 통해 ‘11점 삭제는 부정선수나 로테이션 반칙 규정에 준하다고 보기가 어렵다. (굳이 하려면) 로컬룰로 처리해야 한다’는 요지의 답변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FIVB에 물어볼 일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결정적 증거는 “이미 판례가 있다”라는 배구인 C의 증언이다. “2000년대 초반 시절의 일로 기억한다. 국가대표팀이 일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했는데, 대한배구협회의 착오로 유니폼이 잘못 온 적이 있었다. 당시 감독관의 직권으로 경기를 뛰었고, 나중에 벌금을 낸 것으로 끝났다.” 국제대회는 FIVB가 주관하는 대회다. 이에 근거하면 유니폼 문제로 부정선수로 규정하거나 점수를 삭제한 것은 FIVB 판례에도 어긋난 조치가 된다.

FIVB 규정에 따르자면 KOVO가 저지른 또 하나의 중대한 오판은 경기감독관의 권한을 심판위원장과 경기운영위원장이 침범한데 있다. 두 사람이 코트에 내려와 경기를 끊고, 11점을 삭제하는 결정을 내린 자체가 초월적 권한남용이다. 이에 대해 KOVO는 “부적절한 행동은 맞다. 그러나 KOVO만의 상황이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KOVO는 16일 상벌위원회로 “끝났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가장 중대한 11점 삭제에 관한 정당성 여부와 그런 판단을 내린 인사들에 관한 책임은 유보했다. 이제 ‘유니폼 잘못 입으면 점수를 삭제당한다’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KOVO만의 해괴한 로컬룰이 탄생할 판이다.

KOVO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V리그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걸린 일이다. 레임덕에 걸린 구자준 총재와 신원호 총장이 ‘한달만 버티면 임기가 끝난다. 어떻게든 봉합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사안을 바라본다면, 그들이 떠난 뒤에도 KOVO의 신뢰성은 영원한 얼룩으로 남을 것이다. 구 총재, 신 총장은 ‘무능과 오만의 KOVO’를 배구인들에게 부채로 남기고 싶은 것인가.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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