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크] 전북 ‘이재성 콤비’ 이재성 이름에 먹칠 안해야죠…동명이인 한 팀 이런일은 처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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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이재성 콤비’가 2017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우승을 향해 의기투합했다. 울산현대를 떠나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형(왼쪽)과 ‘한국축구의 보배’로 성장한 동생은 한층 강력해진 ‘닥공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전북현대 ‘이재성 콤비’가 2017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우승을 향해 의기투합했다. 울산현대를 떠나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형(왼쪽)과 ‘한국축구의 보배’로 성장한 동생은 한층 강력해진 ‘닥공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88 이재성 “재성이는 축구지능 남다르다
난 파이터 기질로 전북의 닥공 적응할 것”

92 이재성 “재성이 형 패스의 질이 훌륭
전북에서 재미있는축구 같이 하고 싶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할 때 제가 먼저 나오길 바랐어요.”(동생)

“정말 잘하는 동생이죠. 그저 도우미 역할만 제대로 하길 바라죠.”(형)

영락없는 친형제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둘과의 만남은 시종 유쾌했다. 형은 동생을 살갑게 먼저 챙겼고, 동생은 형을 격의 없이 대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에는 동명이인이 있다. ‘이재성 콤비’다. 나이만 다르다. 형은 29세, 동생은 25세다. 지난해까지 소속팀이 달랐다. 그러다 2017시즌을 앞두고 울산현대에서 뛰던 형이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둘을 어떻게 부를까. 혹시 빅&스몰? 다행히 실전이나 팀 훈련에서 호칭을 놓고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감각적으로 이행하고, 주변의 위치조정 주문을 알아듣는다. 다만 클럽하우스, 원정숙소 등 일상생활에서 누군가 “재성아”라고 부르면 둘이 동시에 쳐다보고는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서 코치들이 묘안을 내놓았다. 생년에서 따와 “88 이재성”이라고 부르곤 한다.

최근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재성 콤비’는 “새로운 축구를 하게 됐다.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일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전북 이재성(동생). 스포츠동아DB
전북 이재성(동생). 스포츠동아DB

● 서로의 자극제

-이재성이 함께 뭉쳤다.


형=솔직히 함께하는 인터뷰가 어색하기도 하다. 이렇게 큰 선수와 한 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오늘이 참 영광스럽다.

동생=아이참, 왜 그런 말을…. 정말 재미있다. 같은 이름의 2명이 한 팀에 있다는 것이 묘하면서도 흥미롭다. 이런 일이 한국축구, 또 K리그에 언제 있었나 싶다.

형=잘하는 동생이 아닌가. 한국축구의 대들보. 난 그저 조용히 제 몫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동생’ 이재성에게 누를 끼쳐선 안 될 일이지.

동생=둘이 제대로 뛰고, 함께 승승장구하면 홀로 달려갈 때보다 훨씬 즐거울 것 같다. 홈경기 때 장내 아나운서가 우리를 어떻게 구분해 호명할지도 무척 궁금하다. 그냥 단순히 등번호만 부르면 재미없을 텐데.

-외부에서 바라본 서로의 모습은 어땠나.

형=어린 나이에 비해 임팩트가 정말 강렬했다. 상대, 그것도 수비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껄끄러운 친구였다. 같은 팀에 있으니 걱정을 조금 덜었다(웃음). 정말 실력이 좋다.

동생=당연히 형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프로 입단 훨씬 전부터. 언젠가 이런 생각은 한 적이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재성’을 쳤을 때, 형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오도록 하자고.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형=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지. 솔직히 개인적으로 볼을 예쁘게 차는 공격수를 좋아한다. 영리하다. 장면 하나하나가 다 의도된 움직임이다. 지도자들이 ‘머리를 쓰라’고 주문하는데, 동생이 딱 그런 경우다. 축구지능이 대단하다. 동생 덕을 보고 싶다.

동생=형이 찔러주는 침투 패스가 아주 좋다. 패스의 질이 훌륭하다보니 미드필더로서 연계 플레이를 하는 데 수월하다. 이미 훈련장에서 이런 모습이 나오고 있다.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의 폭이 넓어졌다.

전북 이재성(형).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 이재성(형). 사진제공|전북현대

● 발전을 향해!

-함께 뛸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나.


형=울산은 날 키워준 고향과 같은 팀이다. 수원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해 1년 만에 트레이드됐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경기를 뛰며 많은 경험을 했다. 다만 언젠가부터 정체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 곳에 계속 머물다보니 도전정신도 사라지고, 자꾸 안주하게 됐다. 안일함도 있었다. 그렇게 고민이 많을 때 기회가 닿았다.

동생=전북의 플레이는 뚜렷하다. 선 굵은 축구다. 중앙을 향하는 패스의 빈도가 적다. 공격 전개가 좀더 원활하게, 아름답게 바뀌지 않을까. 진정한 ‘닥공 시즌2’를 완성할 시간이다.

형=공격적인 스타일까지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울산도 선 굵은 축구를 주로 하지만, 라인을 대체적으로 내려서는 경향이 있었다.

동생=그래서 형이 아주 힘들어질 수 있다. 자칫하면 상대 공격수와 우리 수비 숫자가 같거나 적은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으니(웃음).

-새 시즌 전북은 어떨까.

형=공격과 수비 모두 단단해질 것이다. 내가 거친 타입이 아니지만, 스타일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좀더 파이터 기질을 가미하려고 한다. 동료들의 성향을 두루 파악하고 있다. 팀 훈련이 자체 경기 위주로 이뤄지는데, 정말 힘들면서도 재미있다.

동생=정규리그와 FA컵에 집중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주중 경기가 많이 없고, 비어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재정비 시간이 길어진다. 더블(2관왕)을 향해 제대로 뛸 수 있다.

형=클래식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밖에서 봤을 때도 전북이 뭔가 타이틀을 못 따면 실패처럼 비쳐졌다. 2012년 울산에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지만, 정규리그 타이틀은 없었다. 동생은 2번 우승했지만, 난 K리그 우승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동생=울산의 우승 영상도 종종 봤다. 대단했다. 빈틈이 없었다. 지난해 아시아 클럽 정상을 일군 우리 못지않게 강한 팀이라고 들었다.

-또 다른 목표가 있나.

형=태극마크를 다시 달아야지. 무엇보다 전북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엄청난 환호 속에, 때로는 야유를 받더라도 큰 사랑을 느끼려고 한다. 프로의 성취감은 아무래도 팬들의 사랑이 아닌가.

동생=정말 즐겁게 축구하고 싶다. 그간은 여유가 없었다. 이제 질적으로 우수한 플레이로 전주성의 모든 분을 만족시키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 물론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 중심에 전북이 있고.

형=상위팀들이 고루 전력보강을 잘했다. 그런데 전북이 우선이다. 기존의 팀 컬러에 옵션을 몇 가지 추가하면 압도적 우승도 가능하다. (최강희) 감독님이 (공격에) 많이 욕심내라는 주문을 하셨다. 기회를 줄 때 잘해야지.

동생=똑같다. 내게도 마무리까지 준비하라고 하신다. 차곡차곡 포인트도 쌓으려고 한다.

● 이재성(형)

▲생년월일=1988년 7월 5일
▲키·몸무게=187㎝·75㎏
▲포지션=수비수(DF)
▲출신교=동북고~고려대(중퇴)
▲프로 경력=수원삼성(2009년), 울산현대(2010년~2016년), 전북현대(2016년 12월~현재)
▲K리그 통산 성적=172경기·10골·2도움

● 이재성(동생)

▲생년월일=1992년 8월 10일
▲키·몸무게=180㎝·70㎏
▲포지션=미드필더(MF)
▲출신교=학성고~고려대
▲프로 경력=전북현대(2014년~현재)
▲K리그 통산 성적=92경기·14골·19도움
▲국가대표 경력=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금메달), 2015년 동아시안컵 대표(우승)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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