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인간 특선보… 두터움의 업그레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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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석 9단 ● 알파고 9단
2국 3보(28∼44)

흑 ● 이후 좌상 정석은 서로에게 뻔한 정석. 물론 수순을 바꿔 다른 정석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실전이 둘 다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흑 35로 밀어 가는 것이 두터운 수. 이런 수는 전성기 때의 이창호 9단을 보는 듯하다. 발 빠르게 좌변을 전개할 수도 있으나 이처럼 느긋하게 두터운 곳을 차지한 뒤 상대의 움직임을 쫓아간다. 프로 기사들은 본능적으로 느린 걸 싫어했으나 이창호 이후엔 두터움의 가치를 새로 인식하게 됐다. 그걸 알파고가 또 한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흑 35가 오면 백 36은 놓칠 수 없는 요처. 흑이 반대로 다가서면 실리로도 크고 백의 안형도 위협한다. 흑 37, 41은 권투로 치면 날카로운 잽. 지금 당장은 아무렇지 않아도 조금씩 충격이 쌓이는 것이다.

흑 43까지 알파고도 좌변에서 자세를 잡았다. 이로써 쌍방 요처인 하변은 백의 손에 들어갔다. 그런데 백이 원하는 걸 얻었지만 흑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초반 좌하 삼삼 침입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백 44 다음 흑의 수가 중요하다. 평범하게 참고도 흑 1로 다가서는 수는 백 2로 응수 타진 후 4, 6으로 두어 하변 백 진이 견고해진다. 백 ‘가’로 젖히는 뒷맛도 남아 있다. 그렇다면 흑은 백 진으로 쳐들어가야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알파고#특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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