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붐 탄 과천, ‘준강남’ 영광 찾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성휘 기자의 거기 어때요]최근 잇단 재건축에 집값 껑충
웃돈 1억 분양권까지 나왔지만 11·3대책후 매수-매도 관망세로 사업 차질 많아지자 다소 침울

《 “거기 어때요?” 부동산 취재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명절에 모인 친척들까지도 제게 “거긴 좀 어떠냐?” 하고 묻습니다.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거기 어때요?’라는 코너를 통해 현장을 누비면서 그간 밀린 물음에 답을 해볼까 합니다. 》

17일 경기 과천시 부림동 과천주공7-1단지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입니다. 과천에서는 이와 같이 재건축과 관련된 크고 작은 
현수막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과천은 지난해 재건축 열풍으로 어느 곳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지만 최근에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천=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17일 경기 과천시 부림동 과천주공7-1단지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입니다. 과천에서는 이와 같이 재건축과 관련된 크고 작은 현수막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과천은 지난해 재건축 열풍으로 어느 곳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지만 최근에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천=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강성휘 기자
강성휘 기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곳 가운데 하나인 경기 과천입니다. 과천은 정부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준(準)강남’으로 불렸던 곳입니다. 강남과 가깝고 청계산과 매봉산에 둘러싸여 생활환경이 쾌적하다는 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게다가 주택 대부분이 노후화돼 한동안 부동산 시장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과천이 재기의 기지개를 켠 건 최근부터입니다. 과천의 10개 아파트 단지들이 잇달아 재건축에 나서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부동산114 자료를 살펴보니 2015년 말 2613만 원(3.3m² 기준)이던 아파트 값은 지난해 말 3030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과천7-2단지를 재건축해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의 분양권에는 1억 원의 웃돈도 붙었습니다. 과열 기미가 보이자 정부는 지난해 11·3대책에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와 과천을 포함시켰고, 현재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상태입니다. 시장에서는 한때 “과천이 예전 준강남의 지위를 되찾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까지 나돌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17일 찾은 과천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1단지와 6단지, 7-1단지 등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점심시간에도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줄어든 거리에는 재건축 상황을 알리거나 재건축 조합에 불만을 표시하는 현수막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더 위축돼 있었습니다. 11·3대책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였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아파트 호가가 3000만∼4000만 원 정도 떨어졌는데도 거래가 뜸하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최근에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잇달아 크고 작은 차질을 빚으면서 분위기는 더 가라앉고 있습니다. 6단지 재건축 조합은 7일 상가 조합원이 제기한 관리처분인가 무효 소송에서 졌습니다. 1단지 역시 공사비용 문제로 새 시공사를 찾아 나서면서 재건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상가를 빼놓고 재건축을 추진해 상가 측의 반발에 부닥쳤던 7-1단지는 이달 28일 총회를 열고 재건축 계획안에 상가를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하지만 재건축 계획안을 변경해야 해서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시장 전망은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과천7-1단지 인근에 자리 잡은 W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잘 하면 보합, 그렇지 않으면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할 정도였습니다. “지난해가 사실상 최고점이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 같은 전망에는 또 다른 이유들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천은 산으로 둘러싸인 입지 특성상 대규모 개발 호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 많은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다 보니 일반분양 물량이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막 재건축 사업을 시작한 8단지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A공인중개사무소의 관계자는 “8단지가 일반분양될 시점에 지금보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걱정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과천에 오래 산 사람 중에는 과거 과천이 준강남으로 불리며 누렸던 지위를 재건축으로 되찾아 보자는 목소리가 많다.” 6단지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과천이 그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천에서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과천#아파트#재건축#재개발#준강남#부동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