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식당 1호점, 10배 열매 맺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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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중계점의 효자 ‘차이타이’

《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의 지하 1층 푸드코트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곳은 퓨전 아시아 요리 코너 ‘차이 타이’. ‘고기 짬뽕’ ‘매실 탕수육’처럼 색다른 요리 이름에 소비자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메뉴 주문이 빗발치자 요리사인 김동민 씨(34)와 손병천 씨(33)의 이마에 구슬땀이 흘렀다. 김 씨와 손 씨가 다른 요리사 홍성권 씨(35)와 함께 창업한 ‘차이 타이’는 지난해 10월 롯데마트의 ‘청년식당’으로 지정돼 중계점에 첫선을 보였다. 청년식당은 롯데마트가 39세 미만 청년들에게 외식 창업의 기회를 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1년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롯데마트는 이날 청년식당 1호점인 차이 타이가 들어선 뒤, 전체 푸드코트 매출 (2016년 11월∼2017년 1월)이 전년 대비 8.1%, 고객 수는 14.6% 늘었다고 밝혔다. 》
 

○ “서울서 장사? 권리금이 발목”


‘차이 타이’의 공동 창업자 손병천 씨가 중화요리용 팬인 ‘웍(wok)’과 국자를 들고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 내 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차이 타이’의 공동 창업자 손병천 씨가 중화요리용 팬인 ‘웍(wok)’과 국자를 들고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 내 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시내에서 가게 하나 열려면 권리금 1억 원 밑으론 어림없어요. 롯데마트 입점은 권리금도 임대료도 없이 우리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죠.”(김동민 씨)

30대 사장 3인방은 스무 살 때부터 자기만의 가게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홍 씨와 김 씨는 2002년 백화점 한 베이커리 매장에서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인근 매장에서 일하던 손 씨와도 금방 친구가 됐다.

서울에서 외식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씨는 “장사할 때 권리금은 모험과 같다”고 말했다. 손 씨는 “요리에도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기 때문에 꼭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 지원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주관한 ‘청년 창업 공모전’에 도전했다. 일반음식점 부문에서 1등을 한 덕에 2014년부터 2년 동안 중부고속도로 경기 하남 드림휴게소에서 ‘셰프의 고로케’라는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매출 올리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 청년 새바람에 마트도 활짝

청년식당은 롯데마트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지원자를 모집했다. 그중에 휴게소 매장을 접고 서울에서 매장을 열고 싶었던 ‘청년 3인방’도 있었다. 이들은 서류 심사를 거치고 총 4개 팀과 경쟁을 벌인 끝에 청년식당 1호점으로 선정됐다. 손 씨는 “롯데마트의 지원 덕분에 우리의 아이디어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3개월 뒤 오히려 롯데마트가 청년들이 몰고 온 새바람에 놀랐다. 돈가스, 분식 같은 천편일률적인 메뉴에서 벗어난 퓨전 요리에 고객들이 빠르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차이 타이’ 월평균 매출은 기존 중식 코너보다 26.5% 높다. 고객 수도 33.6% 늘었다. 조영준 롯데마트 MS(Meal Solution)부문장은 “청년식당이 들어서면서 전체 푸드코트 매출이 신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청년식당 점포를 연내 1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20일 청년식당 2호점과 3호점을 각각 경기 평택점과 부산 동래점에 연다.

청년 요리사들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김 씨는 “외식업 분야의 청년 협동조합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재료를 공동 구매해 값을 내리면 고객에게도 이익이고 셰프도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외식업 매장 창업을 꿈꾸는 다른 청년들과 협업해서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김현수 기자
#청년식당#롯데마트#중계점#차이타이#손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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