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성차별 난무하는 사회 ‘공감’이 해결의 실마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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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성차별/로라 베이츠 지음·안진이 옮김/424쪽·1만6800원·미메시스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 화두인 시대다. 인종·종교·성(性)차별 등의 편견을 금기시하는 PC를 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때문만은 아니다. 굳이 미국을 거론할 것 없이 한국 사회의 PC 수준은 어떤가. “여자가 대통령이니 이 모양이다” “구속된 조윤선 장관 얼굴 못 봐 주겠다”는 등 성차별적 인식을 서슴없이 내비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영국의 페미니스트 작가인 저자는 PC의 여러 요소 중 유독 ‘성차별’은 세계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2년 개설한 ‘일상 속의 성차별 프로젝트’ 사이트에 게시된 10만여 건의 성차별 사례를 묶어 담아냈다.

책에는 한국의 현실과 똑같다고 느낄 만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성폭행 당한 사실을 가족에게 고백하면 “조신하게 굴었어야지”라는 핀잔이 돌아오는 현실이나 “클럽에서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즐겨놓고 다른 소리를 한다”며 피해 여성을 비난하는 잘못된 인식, 여성 정치인의 능력보다 외모에 집중하는 언론까지 국경을 초월한 성차별 사례가 가득하다.

저자는 사회가 성차별을 고착화시키는 이유로 △문제가 눈에 띄지 않는 성폭력의 특징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인식 △성희롱을 지적하면 ‘유머감각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라고 분석한다.

성차별은 법률처럼 강제적 수단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차별을 느낀 당사자의 감정을 공유하고, 느끼는 것만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책의 내용은 인터넷(www.everydaysexism.com) 게시판을 통해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일상 속의 성차별#로라 베이츠#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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