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돈 때문에 미술품 위조? 전문가 속이면 그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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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의 기술/노아 차니 지음·오숙은 옮김/352쪽·2만2000원·학고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공방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모나리자’(오른쪽 사진)와 다빈치의 원작 ‘모나리자’. 학고재 제공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공방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모나리자’(오른쪽 사진)와 다빈치의 원작 ‘모나리자’. 학고재 제공
물론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한다. 제자는 스승의 작품을 베끼면서 배운다. 프라도미술관의 ‘모나리자’ 모작을 정밀 분석하니 몇 차례 수정된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완성된 진품의 구도를 한 번에 베꼈다면 없었을 밑그림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견습생 혹은 조수가 완성되기 전 밑그림부터 보고 베낀 그림이라는 증거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견습생과 조수들이 공방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스승의 작품을 함께 제작했다. 사기가 아니었단 얘기다.

위작은 특정 작품을 베껴서 진짜 작품인 양 둔갑시킨 것이다. 당연히 실력과 기술이 보통 아니다. 근거가 될 만한 고문서도 가짜로 만들어 끼워 넣는다.

돈 때문에 미술품을 위조하는 걸까? 미술범죄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위조범을 자극하는 건 돈보다 ‘복수심’이라고 분석한다. 위조범들은 대부분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는 미술계에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위조한다. 전문가들을 속임으로써 그들의 욕구는 충족된다.

헨리쿠스 안토니우스 반 메헤렌(1889∼1947)이 그랬다. 좋은 평도, 관객의 관심도 받지 못한 그는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위조하기 시작했다. 솜씨를 과시할 만한 위작을 만들어 비평가들의 무지를 폭로하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권위자 브레디우스는 메헤렌의 위작을 보고 “페르메이르 초기 미술에서 사라진 위대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메헤렌의 위조 행각은 엉뚱하게 발각됐다. 메헤렌은 페르메이르의 ‘간음한 여인과 그리스도’를 나치의 수장 헤르만 괴링에게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사형 선고를 피하고자 메헤렌은 자신이 위조한 것이라고 변론을 펴야 했다.

무엇보다 위작이라는 중대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구매자가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작품 판매와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 출처조사원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위작임이 밝혀졌는데도 위작을 호기심 있게, 중요하게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위작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위작의 기술#노아 차니#미술품 위조#헨리쿠스 안토니우스 반 메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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