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귀촌의 기쁨을 느끼는 집 짓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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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에 시작한 집짓기가 딱 1년이 되었다. 지금 우리 가족이 살 집은 내외부 마감을 하고 있고, 옆 땅에 렌트하우스 용도의 4동에 대한 땅 다지기 작업과 기초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이다. 우리 가족이 짓고 있는 집은 내 평생 손에 쥔 가장 큰 장난감이며, 아내와 대화를 이어주는 매개체이고, 딸아이에게 노동의 가치를 알게 하는 체험장이 되고, 동네 삼촌, 지나가는 올레꾼들에겐 신기하고 아직은 어설픈 구경거리다.

제주에 이주할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땅이 있다면, 가족이 함께 집을 짓기를 권유해 본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다. 나도 좌충우돌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제주엔 혼자 집 짓는 분이 정말 많다. 블로그와 카페를 통하면 그분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받을 수 있고, 인터넷에도 공정별로 시공 자료가 많아 가족과 함께 공부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집을 짓는 건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돈을 위한 노동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알게 해준다.

그동안의 아파트 생활에서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안 된다”였다. 뛰면 안 돼. 소리치면 안 돼. 두드리면 안 돼.

제주의 시골마을에 와서 가장 좋은 건 딸아이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밤늦게 뛰어도,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 건반을 쉴 새 없이 눌러대도 이제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심장을 눌러대지 않는다. 아이가 자유롭지만 실상은 부모가 가장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육지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빼곡한 분양주택이라도 분양업자의 말과 그럴듯한 인테리어에 혹해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신축 주택보다는 1년 이상 4계절이 지난 주택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제주도는 습기가 많아 집집마다 제습기를 틀고 지낸다. 신축 주택의 경우 집의 결로, 곰팡이, 누수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도시에서의 생활에 치여 제주로 왔지만 잘못된 집을 선택해 두고두고 후회하며, 가족의 사이도 멀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자가 있어도 제 시간에 기술자를 부르기가 힘들고, 인건비도 너무 비싸다. 간단한 전기 수리를 하거나 타일 몇 장 붙이고 몇십만 원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현재 제주는 건축 붐이며, 그 기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몇 개월 만에 뚝딱 지어지는 건축물보다는 딸의 어린 손으로 작은 벽돌 하나 올리고, 아내와 상의해 집의 디자인과 마감재를 선택하고, 울타리에 온 가족이 엉망인 얼굴로 페인트칠을 해 만든 집. 딸과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아내는 그 채소로 맛있게 반찬을 만들고, 날씨가 좋으면 일을 잠시 놓고 낚싯대를 둘러메고 바다로 나가는 것. 걸음이 느리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걸음을 멈추면 주변의 것을 만질 수 있는, 이게 제주라는 시골 마을에 온 나의 이유, 제주에 오고자 하는 여러분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조현일

※필자(42)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귀촌#제주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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