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한쪽 눈꺼풀이 ‘파르르’… 안면경련 감쪽같이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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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오른쪽)가 반측성 안면 경련으로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은 차인혁 씨의 청각을 검사하고 있다. 차 씨는 8년 동안 오른쪽 얼굴과 눈, 입이 동시에 떨리는 고통을 받다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 인하대병원 제공
김은영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오른쪽)가 반측성 안면 경련으로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은 차인혁 씨의 청각을 검사하고 있다. 차 씨는 8년 동안 오른쪽 얼굴과 눈, 입이 동시에 떨리는 고통을 받다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 인하대병원 제공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24·여)는 14일 인하대병원에서 주치의 김은영 신경외과 교수의 집도로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았다. 이 씨는 19세 때 갑자기 오른쪽 눈꺼풀 주위가 떨리는 반측성 안면 경련에 시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심해지더니 아예 눈이 감기면서 입이 딸려 올라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지난달 4일 인하대병원에서 김 교수를 만난 이 씨는 “2014년에 안면 경련에 좋다고 해서 보톡스까지 맞았지만 증상이 재발했다”고 말했다. 수술을 마친 뒤 경과가 좋아 이 씨는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다.

차인혁 씨(76)도 지난해 10월 안면 경련 증상이 심해져 김 교수가 미세혈관 감압술을 시술했다. 차 씨는 8년 동안 안면 경련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조차 힘들었다. 동네 신경외과는 물론이고 한의원까지 찾아 보톡스 시술 등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지만 오른쪽 눈, 입이 동시에 떨리는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 씨는 “안면 떨림 증세가 너무 심해 운전을 하다가 중심을 못 잡기도 했고 친구들 만나기도 창피했다.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고 나니 얼굴 떨림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등산을 즐기는 등 활기차게 살고 있다.

반측성 안면 경련은 안면신경이 주변 뇌혈관의 압박을 받아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쪽 눈꺼풀 주위가 떨리는 증상이다. 말하자면 안면신경 가닥들 간에 합선(合線)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눈이 감기고 입이 딸려 올라가기도 한다. 잠을 자다가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 씨와 차 씨가 받은 미세혈관 감압술은 반측성 안면 경련의 원인을 수술로 해결하는 치료법이다. 귀 뒤의 머리카락을 조금 자르고 전신마취를 한 뒤 두개골을 4∼5cm 정도 절개한다. 이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뇌혈관을 찾으면 테플론펠트라고 하는 수술 재료를 그 사이에 끼워 넣는다. 뇌혈관과 안면신경 사이에 완충재를 넣어 향후 신경이 합선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퇴원할 수 있다. 수술 후 재발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비용은 300여만 원. 김 교수는 지금까지 500여 명에게 미세혈관 감압술을 시술했고 3차 신경(안면감각신경통) 수술도 150여 명을 집도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미세혈관 감압술은 성공률이 95%에 이르는 안전한 수술이지만 뇌 수술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환자들이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술 합병증 발생률이 1∼2%에 불과한 수술을 통해 소중한 얼굴을 되찾는 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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