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마다않는 스타…신인 설 자리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7일 00시 00분


영화 ‘더 킹’의 김아중. 사진제공|우주필름
영화 ‘더 킹’의 김아중. 사진제공|우주필름
대작 영화 출연 ‘커리어 관리’ 이유
투자사의 스타급 배우 요구도 한몫

주연급 배우들이 영화 속 ‘작은 역할’을 마다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분량이 적어 거절했을 법한 캐릭터에 적극 나서는 스타가 늘고 있다. 비중을 떠나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실력 있는 감독과 작업을 원하는 도전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선 기회가 절실한 조연 및 신인 연기자의 설 자리를 빼앗는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배우 이정재가 제작비 300억원 규모의 대작 ‘신과 함께’에서 염라대왕 역을 맡았다. 주인공인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과 비교해 비중이 현저히 적은 조연이지만 출연은 크게 망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배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마스터’의 엄지원, 최근 ‘더 킹’의 김아중도 마찬가지. 저마다 주연급으로 인정받아왔지만 각기 영화에서는 주연을 돕거나 또 다른 인물을 설명하는 보조적인 상황에 그쳤다.

배우 유해진은 최근 영화 ‘1987’ 출연을 확정했다. 이미 김윤석과 하정우, 강동원이 주연으로 나선 상태. 유해진은 ‘럭키’와 ‘공조’로 연이은 흥행에 성공한 상황이지만 주연이 아닌, 그것도 분량이 상당히 적은 조연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주연급 스타들의 ‘작은 역할’ 도전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하지만 공통된 마음은 리스크를 낮추고 성과를 높이는 ‘커리어 관리’의 측면이 크다. 실제로 주연급 스타가 조연으로 나선 영화들은 제작비 100억원 이상 대작이다. 상대적으로 화제를 모을 수 있고, 흥행 가능성 역시 높은 작품이란 의미다.

이에 더해 감독과 제작사, 투자배급사로 이어지는 ‘안정된 패키지’도 배우들을 욕심나게 하는 배경. 먼저 출연을 확정한 스타급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멀티캐스팅의 멤버’로서 화제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이병헌과 강동원, 김우빈이 주연한 ‘마스터’의 엄지원은 범죄액션에서도 통한다는 실력을 인정받으며 자신의 흥행 기록(714만명)까지 세웠다. 정우성, 조인성과 함께 한 ‘더 킹’의 김아중도 ‘미녀는 괴로워’ 이후 스크린에서 입지를 다시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대대적인 마케팅 효과와 더 큰 흥행을 바라는 투자배급사의 요구도 이런 움직임을 부추긴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개성 있는 배우나 신인을 기용하고 싶어도 대작일수록 투자사가 주조연을 전부 스타급으로 채우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때문에 관객에게 새로움을 안길 만한 배우 발굴과 신인들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연급 스타가 조연까지 맡는 것도 모자라 1년에 여러 편에 출연하는 다작까지 한다”며 “멀티캐스팅이 만들어낼 악순환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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