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7조원 손실에 회계부정까지… 日 도시바 해체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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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지분 매각 등 자구책 추진… 채권단에 3월말까지 협조 요청


‘일본 전자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130년 역사의 도시바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낸 데다 회계부정이 잇달아 적발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도시바는 15일 오전 도쿄(東京) 본사에 거래 중인 금융회사 약 80곳을 모아 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말까지 대출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도시바는 전날 결산자료 제출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고 주가가 이틀 동안 15% 가까이 폭락했다. 상장사가 결산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원전 사업의 회계처리에서 부적절한 압력이 있었다는 내부 고발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시바가 회계부정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2248억 엔(약 2조2500억 원) 규모의 부정회계가 이뤄진 사실이 적발돼 최고경영진 3명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의 여파로 도시바는 2015년 결산에서 4600억 엔(약 4조600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고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해 핵심 사업인 의료 부문을 6655억 엔(약 6조7000억 원)에 캐논에 매각해야 했다. 백색가전 부문은 중국 가전회사 메이더(美的)에 팔았다.

이번에는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가 발목을 잡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세계 원전 시장이 축소됐고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 도시바는 전날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 손실이 7125억 엔(약 7조10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원전 사업을 주도해 온 시가 시게노리(志賀重範) 회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원전 사업 손실로 도시바는 자산보다 빚이 많은 채무초과 상태가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시바는 자금 마련을 위해 당초 20%가량의 지분을 팔기로 했던 반도체 사업 지분의 과반을 매각할 방침을 밝혔다. 반도체는 도시바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현재 한국의 SK하이닉스, 대만 팍스콘 등이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쓰나카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분 전부를 매각할 수도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도시바는 또 원전 사업 매각도 검토하고 있지만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원전 사업을 팔고 나면 주력 사업 중에는 인프라 하나만 남는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조사 결과 원전 사업에서 회계부정이 추가로 밝혀지면 손실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미 도시바의 ‘해체’나 ‘소멸’까지 언급하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도시바#해체#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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