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취포자, 1년새 7만명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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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규모 줄자 아예 구직 단념
1월 취업자수 1년간 24만명 증가, 70%가 자영업자… 고용 질 더 악화


2년 전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현의 씨(26·여)는 올해부터 ‘취포자(취업을 포기한 사람)’가 됐다. 대기업 채용 전형에서 수십 번 고배를 마신 김 씨는 “가고 싶은 기업들이 사람을 뽑지 않아 ‘스펙’을 쌓아놔도 소용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도 고용 한파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구직 활동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 재취업이 어려운 50대 이상은 자영업으로 내몰리며 고용의 질 또한 악화되고 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 단념자는 5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불과 1년 사이에 7만2000명이 늘었다. 구직 단념자란 학생, 주부 등 비(非)경제활동인구 중 취업하고 싶지만 본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못 구해 구직활동을 멈춘 사람들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반적으로 채용 규모가 줄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원 등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자도 69만2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8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는 늘었지만 일자리의 질은 더 나빠졌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68만9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24만3000명 늘었다. 하지만 이 중 69.5%에 이르는 16만9000명이 자영업자였다. 국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에선 취업자가 16만 명이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7월(17만3000명) 이후 7년 반 만에 가장 크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영업자가 급증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자영업을 선택한 취업자는 주로 5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50∼59세,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1만9000명, 24만1000명 늘었기 때문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대책들이 사실상 효과가 없었던 만큼 이젠 현장에서 제시하는 대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박희창 기자
#취포자#청년실업#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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