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필승 조커’ 잠수함 4인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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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대표팀 감독 “역할 크다” 기대

사이드암,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를 일컫는 잠수함 투수는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대표팀의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 당시 경기 막판 역전 위기에서 불을 끈 건 언더핸드 정대현이었다. 강타자가 즐비한 미국, 중남미 무대에 상대적으로 잠수함 투수가 희귀하다 보니 그 가치가 올라갔다는 평가다.

‘잠수함=조커’ 공식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또한 기대하는 바다. 임창용(41·KIA)을 비롯해 우규민(32·삼성) 원종현(30·NC) 심창민(24·삼성) 등 잠수함 투수만 4명이다. 2013년 대회 당시 정대현만 잠수함 투수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의존도가 높아졌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훈련할 때마다 “잠수함 투수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2009년 WBC 당시 대표팀 마무리로 뛰었던 임창용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 중 한 명이다. 2013∼2015년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우규민은 마무리, 선발투수를 모두 경험했다. 대장암을 극복하고 프로 무대로 돌아온 원종현은 150km대 빠른 공이 무기다. 역시 빠른 공이 장점인 심창민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 2020년 도쿄 올림픽 등에서 향후 대표팀을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물론 이들이 선발된 건 단순히 잠수함 투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송진우 대표팀 투수코치는 “잠수함 유형이면서도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좋은 투수들을 위주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투수들이 주로 던지는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에 상대적으로 팔이 긴 중남미 타자들이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혼합해 허를 찌르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우규민 심창민은 체인지업, 임창용은 커브 등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무기로 갖고 있다. 원종현이 던지는 슬라이더 또한 일반 슬라이더와는 궤적이 다른 종슬라이더다.

잠수함 4총사는 이번 대회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라운드별 투구 수 제한(1라운드 기준 65개)이 있는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투입돼 마운드 운용의 고민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오승환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카드가 있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좀 더 자유롭게 잠수함 투수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물론 같은 중간계투 요원 중에도 역할의 차이가 있다. 소속팀에서 선발로 주로 뛰었던 우규민의 경우 선발 뒤를 물려받아 보다 긴 이닝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4주간의 군사훈련으로 아직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한 이대은(28·경찰청)의 선발 역할을 대체할 마지막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우규민은 “좋은 모습을 보인 잠수함 선배들의 뒤를 이어 멋진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소속팀에서도 중간, 마무리투수로 주로 뛰었던 나머지 세 선수는 경기 중후반 1이닝씩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 한 타자만을 상대하는 원포인트 릴리프로도 기용될 수 있다.

앞서 한두 차례 불펜 피칭을 마친 우규민 심창민 원종현은 19일 일본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1이닝씩을 책임지며 실전 감각을 익힐 계획이다. 임창용은 17일 첫 불펜피칭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한다.

오키나와=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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