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kt 김용국 수비코치가 ‘수다쟁이’ 된 사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6일 09시 30분


kt 김용국 코치. 스포츠동아DB
kt 김용국 코치. 스포츠동아DB
한 해를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는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6개월간 치열한 실전을 꼬박 펼쳐야하는 시즌과는 그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몸을 만들고 기본기를 쌓아야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스프링캠프에선 시즌 때와 같은 집중력을 이어가기가 쉽지만은 않다.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1차 전지훈련을 차린 kt 역시 지루함이라는 최대 적을 무찌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췄다. 대부분의 팀들이 취하는 ‘나흘 훈련-하루 휴식’ 체계에서 훈련날짜를 하루 줄이는 한편,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방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루함을 물리치는 묘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렁찬 함성과 끊임없는 대화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탁월한 방편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묘수를 가장 잘 실천하는 이가 있다. 바로 김용국(55) 수비코치다.

야수들의 수비훈련을 총괄하는 김 코치는 팀 내에서 ‘수다쟁이’로 통한다.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내뱉는 농담과 유머는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까지 웃게 만드는 특급무기다. 여기에 대구 출신의 특성이 듬뿍 담긴 경상도 사투리와 특유의 울림통이 더해져 김 코치의 목소리는 캠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그의 입담은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의 2루수 부문 수상을 대리한 김 코치는 수상소감에서 ‘꿈속의 나바로’를 언급하며 좌중을 폭소케 만들었다. 당시 김 코치는 “며칠 전에 나바로가 내 꿈에 나타났다”면서 “서로 언어(스페인어-한국어)가 달라 이해는 못했는데 2년간 지내니 대충은 알아들었다. 감독과 동료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하더라”며 역대 가장 인상 깊었던 수상소감을 남긴 바 있다.
쉴 새 없는 수다의 진짜 이유를 묻자 김 코치는 “야구는 다른 종목보다 정적인 운동이다. 이 때문에 입이라도 자주 움직여줘야 지루하지가 않다”면서 “특히 야수들의 경우 호흡이 중요하다. 서로 손발을 맞추는 과정은 대화가 시작”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가 자타공인 수다쟁이가 된 배경은 현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코치는 “1980년 삼성에서 뛸 때 내가 3루, 류중일 전 감독이 유격, 강기웅 BB아크 코치가 2루를 봤는데 그 셋이서 쉴 틈 없이 떠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압권은 여름이었다. 무더위로 유명한 대구구장에서 정신없이 떠드니 당시 심판들이 ‘제발 조용히 좀 해 달라’며 애원한 적도 많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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