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국정 농단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5일까지 570여 회나 차명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어제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특검 측 대리인이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개한 내용이다. 이 중 127차례는 최 씨가 독일로 도피한 9월 3일부터 귀국 직전인 10월 25일까지의 국제전화였다.
이때는 최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이어 대통령 연설문은 물론이고 국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쏟아져 나온 시기다. 박 대통령이 최 씨와 대응책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 씨의 귀국도 두 사람이 논의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성매매 보이스피싱 등에 주로 사용되는 차명 휴대전화인 일명 ‘대포폰’은 개설, 이용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수백 회에 걸친 ‘몰래 통화’가 국정 농단의 공모와 은폐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 일정상 매일 3회 이상 통화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특검 주장을 부인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국민은 더 궁금한 것이다. 내부고발자인 고영태 씨가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라고 한 말이 과연 맞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올해 1월 1일 기자간담회에선 “특검의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으나 지금까지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지난해 10월 25일 1차 사과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모든 책임을 최 씨에게 떠넘긴 것도 최 씨와 통화해 논의한 결과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어 청와대 압수수색을 승인할 수 없다는 박 대통령 측의 주장도 믿기 어려운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