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반대 파업”vs“1등 착각 말라”… 현대중공업, 전운 감도는 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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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임시주총 앞두고 ‘强대强’ 대치


‘D-12.’ 조선업 불황으로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이 사업 부문별로 회사를 쪼개 ‘각자도생’하는 길을 확정짓기까지 남은 날이다. 이날을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사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강 대 강’ 대치를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울산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비(非)조선 부문인 로봇(현대로보틱스),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을 떼어내 4개 법인으로 현대중공업을 분사(分社)하는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4월 1일 분사가 시행된다.

○ “전면파업” vs “1등 착각에 빠졌다”

15일 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부분파업했다. 조합원들은 이날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모여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과 임시주총에서 다뤄질 사업 분할 승인을 즉각 중단하라고 사측에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17차례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22일에도 4시간 부분파업을 하고 23, 24, 27일에는 전면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 집행부는 현대중공업 전 조합원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파업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사측은 “올해 말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1년간 기본급의 20%를 반납하라”는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여기에 금속노조가 교섭 주체로 개입하면서 노사 협상은 3주째 파행을 빚고 있다.

분사를 앞두고 노조가 파업 강도를 높이자 15일 사측은 분사의 필요성과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알리는 소식지를 내고 노조와 주주 설득에 나섰다. 이날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등 경영진은 사내 소식지를 통해 “남들이 혁신을 외치고, 스마트 공장을 추구할 때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비(非)조선 사업 부문들은 세계 1등도 아닌데 현대중공업 울타리 안에서 ‘세계 1등’이란 구호만 외치고 있었다”며 분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경영진은 “조선업 특성상 혹서기 2주간 여름휴가를 보내는 게 효율적이지만, 열심히 공장을 돌리며 제품을 생산해야 할 전기전자나 건설장비까지도 휴가라고 공장 문을 닫았다”고 비효율 사례를 들었다.

○ 분사로 차입금 줄이고 비효율 개선


현대중공업은 비조선 사업 부문이 떨어져 나가면 몸집이 가벼워져 재무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9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총차입금은 7조3000억 원.

분사 후 현대로보틱스는 기존 현대중공업의 총차입금 중에서 27%인 2조 원을 떠맡을 계획이다. 대신에 ‘알짜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를 현대로보틱스의 계열사로 편입시켜 수익성을 담보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리되는 회사에 차입금을 나눠 배정하면 현대중공업은 차입금이 3조9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재무 안전성이 높으면 조선업 불황에도 고용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게 돼 경영 불안정 요인을 없앨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분사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 특정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분사가 이뤄지면 조선 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더 절실해지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극심한 수주 불황에도 그간 현대오일뱅크 덕분에 흑자 전환에 유리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96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6419억 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영업이익을 조 단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조선 부문에서 떨어져 나가면 조선 부문 스스로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분사를 계기로 각 사업 부문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현대중공업#파업#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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