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흑자 전환… 쌍용차, 화합 결실 맺은 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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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2015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소형 SUV ‘티볼란’(티볼리의 현지명) 론칭 행사를 열고 있다. 이 차량은 지난해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가 2015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소형 SUV ‘티볼란’(티볼리의 현지명) 론칭 행사를 열고 있다. 이 차량은 지난해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가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9년 시작돼 2015년 마무리된 ‘쌍용차 사태’를 딛고 이뤄 낸 성과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 수익 창출에 매진하는 것이 ‘윈-윈’하는 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활약’이 눈부셨다.

15일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차량 15만5844대를 팔았다고 밝혔다. 2015년보다 판매량이 7.7% 증가했다. 16만 대 이상을 판매했던 200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판매 실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 3조6285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80억 원, 당기순이익은 581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2007년 이후 9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2007년 영업이익 441억 원 당기순이익 116억 원을 올린 이후 2008∼2015년 8년 연속 적자를 냈다. 암흑기가 시작된 것은 2008년 유가 급등 이후. 중대형 SUV와 고급 세단이 주력인 쌍용차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8년 쌍용차는 22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순손실도 7097억 원에 이르렀다. 실적이 떨어진 바탕에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 경영진과 노조 사이의 누적된 갈등도 깔려 있었다.

2009년 1월 쌍용차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후 4월 직원의 37%에 이르는 2646명을 구조조정 했다. 이에 노조가 전면 파업으로 맞서면서 쌍용차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는 77일간 경기 평택공장을 점거했고 결국 경찰과의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정치권이 쌍용차 사태를 이슈화하면서 노조와 회사의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쌍용차의 ‘체어맨’은 국산 최고급 세단 중 하나였지만 노사 갈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2009년 9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분리된 노조 집행부가 선출됐고 2010년 11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했다. 이후 쌍용차, 쌍용차 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오랜 협상을 거쳐 2015년 12월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의결했다.

쌍용차가 갈등을 끝내고 부활한 데에는 노사가 ‘회사가 살아야 함께 살 수 있다’는 단순한 원칙에 공감하고 힘을 합친 것이 결정적이다. 2010년부터 정리해고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2010∼2016년 노사는 7년 연속 무분규 임금 협상 타결을 이뤄 냈다.

또한 공장이 있는 평택시는 ‘쌍용차가 살아야 평택이 산다’며 적극적으로 쌍용차를 도왔다. 평택시 공공기관 차를 쌍용차로 교체하고 동네마다 쌍용차를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쌍용차 노사가 단결해 회사를 부활시킨 것은 노사 갈등으로 점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2015년 1월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는 쌍용차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티볼리는 출시 첫해 6만3693대가 팔린 데 이어 2016년에는 34.7% 증가한 8만5821대가 팔렸다. 티볼리의 인기가 계속 높아진 데 힘입어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6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분기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노사 양측 모두 ‘티볼리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실적 개선을 위해 더욱 힘을 합치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실적 증가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티볼리에 이어 올해는 대형 프리미엄 SUV인 Y400(프로젝트명)을 내놓는다. 티볼리-코란도C-Y400으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구축해 SUV 시장의 강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는 “티볼리를 통해 적자 고리를 끊은 것을 바탕으로 올해는 최대 판매 실적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김도형 기자
● 9년 만에 흑자 전환 쌍용차 관련 일지

▽2009년 1월 9일
쌍용차 기업회생 절차 신청
4월 8일 2646명 구조조정안 발표
5월 21일 노조 총파업 돌입
6월 8일 쌍용차 사측, 976명 정리해고
8월 6일 쌍용차 회생을 위한 노사 합의 타결

▽2010년 5월 10일 쌍용차 매각 공고
11월 23일 마힌드라 인수 본계약 체결

▽2011년 3월 14일 법원, 쌍용차 기업회생 절차 종료 선언

▽2012년 1월 13일 서울남부지법, 해직자가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

▽2013년 1월 10일 노사, 무급 휴직자 455명 전원 복직 합의

▽2015년 1월 13일 4년 만에 신차 티볼리 출시 1월 14일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 쌍용차, 쌍용차 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회동
1월 21일 노-노-사(쌍용차 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 교섭 시작
12월 30일 노-노-사, 타협 최종 타결

▽2016년 1∼12월 티볼리 8만5821대 판매(전년 대비 34.7% 증가)

▽2017년 2월 15일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2016년 실적 발표
#쌍용차#화합#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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