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후 ‘스탠딩 오더’…김정남, ‘살려달라’ 서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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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15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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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타 공개 영상 캡처
사진=더스타 공개 영상 캡처
국정원은 15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에 대한 암살시도가 5년 전부터 이뤄졌으며,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살려달라’는 내용의 서신까지 보냈었다고 밝혔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추정 인물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 등에 따르면 이 원장은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는 ‘김철’이라는 이름의 북한 여권을 가진 북한인이 사망했다는 것으로 김정남을 특정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시신이 김정남임을 특정하려면 수사상 필요한 조치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에 따르면, 사건은 현지시간 13일 오전 9시께 마카오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줄을 선 김정남에게 ‘아시아계’로 보이는 젊은 여성 2명이 접근, 이 중 한 여성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한 이후 김정남이 공항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은 30여분 거리의 투트로자야 병원으로 호송 도중 사망했다. 김정남은 지난 6일부터 말레이시아에 머물렀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이 원장은 “독극물 테러로 강력히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독침에 의한 암살인지, 주사기에 의한 암살인지 등의 방법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보고했다.

암살자로 지목된 두 여성은 택시를 타고 달아나 말레이시아 경찰이 추적 중이며 아직 탈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장면은 공항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이철우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이 원장은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면서 “2012년 본격적인 시도가 한 번 있었고 이후 2012년 4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달라’는 서신을 발송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서신에서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 저희는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갈 길은 자살뿐임을 잘 알고 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정찰총국을 비롯한 정보당국은 지속적인 암살기회를 엿보면서 준비해온 결과 암살을 실행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오랜 노력의 결과 실행된 것이지 암살의 타이밍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오랜 스탠딩 오더가 집행된 것”이라며 “김정남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계산적 행동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김정남이 김정은에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테러를 한 것은 김정은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거다. 편집광적 성격이라고 분석된다”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김정은이 계산해서 도발한 게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김정남의 가족 신변에 대해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 1명이 중국 베이징에, 후처와 1남 1녀가 마카오에 있다”며 “김한솔은 후처의 자식으로 마카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두 가족은 모두 중국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이 원장은 “북한 내부에서 일반 국민, 인민들은 김정남 존재 자체를 모른다. 엘리트들만 안다. 엘리트들은 충격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의 과거 망명 신청 여부에 대해선 “없었다. 이전에도 없었다”라고 답했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없었다. 지지세력 자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번 암살을 계기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 등의 요인에 대한 경호와 관련해선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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