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뉴트리아, 웅담성분 덕에 金트리아 됐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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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연구 연성찬 교수

연성찬 경상대 수의대 교수는 “국민들의 관심이 무척 뜨거워 놀랐다”면서도 “안전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만큼 임의로 뉴트리아 쓸개즙을 섭취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경상대 제공
연성찬 경상대 수의대 교수는 “국민들의 관심이 무척 뜨거워 놀랐다”면서도 “안전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만큼 임의로 뉴트리아 쓸개즙을 섭취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경상대 제공
몸길이 43∼63cm, 꼬리 길이 약 22∼42cm. 커다란 쥐처럼 생긴 뉴트리아. 국내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뉴트리아는 한 해 최대 15, 16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은 데다 천적도 없어 골칫덩어리였다.

연성찬 경상대 수의대 교수(52)는 그런 뉴트리아를 하루아침에 멸종 위기를 걱정해야 할 동물로 바꿔버렸다. 국내에 서식하는 뉴트리아의 쓸개즙에서 곰보다 2∼3배 많은 웅담 성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뉴트리아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연구였으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하하.”

연 교수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이 상상 이상으로 뜨거워 놀랐다”고 말했다. 동물 외과 분야와 함께 야생동물 행동학이 전공인 연 교수가 뉴트리아 연구를 시작한 것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의뢰를 받은 2014년. 당시만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첫 연구 목표는 뉴트리아를 되도록 쉽게 잡고, 잡은 뉴트리아는 최대한 인도적으로 도살 처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뉴트리아를 틀에 가두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고통 없이 죽이는 장치였다. 이와 함께 서식지가 점점 넓어지는 뉴트리아가 질병을 옮길 위험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웅담 성분에 대한 연구는 우연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실험 과정에서 뉴트리아를 그냥 죽이기보다 뭔가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이후 뉴트리아의 성분을 분석하던 중 담즙을 추출해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뢰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연구원에서 “곰 담즙보다 훨씬 센 웅담 성분이 검출됐는데 이게 도대체 뭐냐”고 물어온 것. 연 교수는 경상대 약대와 화학과의 도움을 받아 다시 검증에 나섰고, 학술적 근거를 찾기 위해 관련 문헌도 뒤졌다. 미국에서 나온 뉴트리아 담즙 성분 분석에 대한 논문에 관련 근거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 교수는 “검증을 반복하고 학술 자료까지 확인하면서 연구 결과가 맞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발표 이후 연 교수와 연구소에는 그야말로 뉴트리아에 대해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몇 마리만 보내 달라”는 부탁부터 “키우고 싶다”며 사육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까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조만간 환경부와 제약회사에서 주최하는 대책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워낙 커지다 보니 무분별하게 뉴트리아를 잡거나 쓸개즙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회의다.

“각종 연구서를 찾아보니 뉴트리아 기름 성분으로 동상 연고를 만들려고도 했더라고요. 동상치료제와 화상 치료제가 거의 비슷하니 화상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죠. 또 고기는 맛과 영양이 풍부하니 환자 영양식으로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모피도 질이 좋으니 활용 방도가 많을 겁니다.”

연 교수는 “이 정도면 뉴트리아가 금트리아가 된 것 아니냐”며 “앞으로 뉴트리아를 소처럼 버릴 것이 없는 동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뉴트리아#연성찬#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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