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독감의 습격… 올겨울 더 독해지고 빨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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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강타한 독감

지난해 12월 전국의 초등학교는 독감으로 몸살을 앓았다. 교실에는 빈자리가 하나, 둘 늘어났고 반대로 병원은 독감에 걸린 아이로 가득 찼다. 3, 4일씩 앞당겨 방학에 들어간 학교들이 속출했다. 어른도 1월까지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독감에 시달려야 했다.

올겨울 독감 바이러스는 방학 전에 퍼지면서 유행이 더 심해졌다. 동아일보DB
올겨울 독감 바이러스는 방학 전에 퍼지면서 유행이 더 심해졌다. 동아일보DB

 
최근 5년 동안 독감은 1월 초부터 서서히 유행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방학까지 한 달이나 남은 작년 11월 말에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내리고, 각 학교에 방학을 앞당길 것을 권했다.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는 독감이 퍼지기 가장 쉬운 장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양전초등학교는 전교생 457명 중 무려 72명(15%)이 독감으로 결석해 방학식을 나흘 앞당겼다. 방학이 시작된 이후에야 독감 환자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겨울, 왜 이렇게 독감이 심했던 걸까.

이유를 알려면 독감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독감은 24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가 언급했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질병이다. 하지만 아직도 완벽히 막진 못한다.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건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빌붙어 살아가야 한다. 그 안에서 바이러스는 영양분을 섭취하고 자손을 낳는다. 이를 ‘감염됐다’고 하고, 감염된 동물을 ‘숙주’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몇몇 바이러스는 독소로 숙주의 세포를 망가뜨려, 통증을 느끼게 한다.

○ 독감의 정체를 밝혀라!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 B형, C형 세 종류가 있다. 이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A형이다. 매년 초겨울에 유행하는 증상이 심한 독감을 A형 독감 바이러스가 일으키기 때문이다. A형의 가장 큰 특징은 겉에 나 있는 두 종류의 돌기다. 하나는 ‘HA’라고 부르는 ‘헤마글루티닌’이고, 다른 하나는 ‘NA’라고 부르는 ‘뉴라미다제’다. 이 둘은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전염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독감을 막으려면 이 둘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HA와 NA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일이 독감 바이러스들을 막는 일이 쉽지 않다. HA는 1번부터 18번까지 18종류, NA는 1번부터 11번까지 11종류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바이러스는 이 중 한 종류의 HA와 한 종류의 NA를 갖고 있다. 즉, 총 198종류(18×11)의 독감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A형 독감 바이러스의 겉 표면에는 두 종류의 돌기가 나 있다. 이 중 HA는 바이러스가 동물 세포에 딱 달라붙게 하는 ‘풀’의 역할을 하고, NA는 바이
러스가 동물 세포에서 충분히 살고 난 뒤 떨어져 나올 때 ‘가위’ 역할을 한다. ⓒCDC
A형 독감 바이러스의 겉 표면에는 두 종류의 돌기가 나 있다. 이 중 HA는 바이러스가 동물 세포에 딱 달라붙게 하는 ‘풀’의 역할을 하고, NA는 바이 러스가 동물 세포에서 충분히 살고 난 뒤 떨어져 나올 때 ‘가위’ 역할을 한다. ⓒCDC

 
각각의 바이러스는 생긴 모양이 모두 달라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198종류의 방어막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몸은 모든 종류의 방어막을 갖고 있진 않다. 그래서 백신을 맞아 그때그때 필요한 방어막을 얻는다.

독감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HA와 NA의 모양이 바뀐다. 돌기에 가지가 붙거나 살짝 구부러지는 등 약간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조금 변한다고 해서 ‘소변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영향은 굉장히 크다.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이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알아내 그에 맞게 방어를 해야 하는데, 돌기의 모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우리 몸은 어떤 바이러스인지 쉽게 알아맞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가 얼마나 잘 나타나는지는 바이러스 종류마다 다르다. 사람이 주로 걸리는 A형 독감 바이러스는 H1N1과 H3N2인데, 이 중에서 이번에 유행한 H3N2가 돌연변이가 더 잘 일어난다. 이것이 올겨울 독감 유행이 커졌던 이유다.

○ 독감의 변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고, B형 독감 바이러스 유행도 예상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B형 독감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B형 독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많지 않아, 비교적 예방이 쉽고 증상도 약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A형 독감 바이러스의 ‘대유행’이다. 지난 100년 동안 A형 독감 바이러스는 강력한 대유행을 세 번 일으켰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때는 세계에서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1957년 아시아 독감과 1968년 홍콩 독감 때도 각각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독감 대유행은 두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가 서로의 유전자를 통째로 교환해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때 일어난다. 이를 ‘대변이’라고 부른다. 유전자의 일부만 변하는 소변이와 달리, 대변이는 전체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돌기인 HA와 NA의 모양이 훨씬 많이 달라진다. 그러면 우리 몸이 전혀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독감 바이러스의 다양한 돌연변이를 막기 위해 만능 백신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James Gathany, USCDCP
독감 바이러스의 다양한 돌연변이를 막기 위해 만능 백신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James Gathany, USCDCP
독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만능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가지각색의 돌연변이라 할지라도 분명 변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공통점을 이용해 모든 돌연변이를 한 번에 막을 수 있는 백신을 만들려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공통 단백질을 찾아내 동물실험까지는 마쳤지만 사람 대상 실험에서는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서동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bios@donga.com
#독감#a형 독감 바이러스#뉴라미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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