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OVO의 ‘한국전력 11점 지우기’는 잘못된 판정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5일 05시 30분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 등록되지 않은 민소매 유니폼(왼쪽 사진)을 입고 나왔다 25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른 선수의 정식유니폼을 안에 받쳐 입었지만(오른쪽 위 사진), 결국 강민웅이 뛴 시간 한국전력이 얻은 11점이 무효처리됐다. 인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 등록되지 않은 민소매 유니폼(왼쪽 사진)을 입고 나왔다 25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른 선수의 정식유니폼을 안에 받쳐 입었지만(오른쪽 위 사진), 결국 강민웅이 뛴 시간 한국전력이 얻은 11점이 무효처리됐다. 인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V리그 역사상 초유의 ‘점수 지우기’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V리그를 동네배구로 전락시켰다. 25분 이상의 경기 지연 사태가 빚어진 끝에 내린 판단은 명백한 규정의 과잉해석이었다. KOVO 감독관과 심판진이 규정도 숙지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KOVO 치욕의 순간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대한항공-한국전력의 1세트 과정에서 빚어졌다. 시작은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유니폼을 착각하고 체육관에 온 작은 해프닝에서 비롯됐지만 KOVO의 거듭된 착오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강민웅이 유니폼을 분실한 것을 안 한국전력은 부랴부랴 유니폼을 찾았다. 백업세터 황원선이 그 대신 선발로 출장했다. 그리고 1-4로 밀리던 상황에서 강민웅의 3번 유니폼이 공수됐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지체 없이 강민웅을 투입했고, 흐름을 대등하게 돌려놓았다. 그러나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쪽은 KOVO 경기감독관과 심판진이 아니라 대한항공의 벤치였다. 강민웅의 유니폼이 겉보기에는 한국전력 선수들과 똑같았지만 홀로 민소매였던 것이다. KOVO에 등록된 유니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를 인지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6-4 상황에서 감독관석까지 찾아가 지적했다. 그러나 강민웅이 교체 투입될 때부터 아무 제지를 하지 않았던 KOVO 박주점 경기감독관, 권대진 부심은 박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코트에 있었던 KOVO 관계자들은 한국전력 선수들이 몸을 풀고, 소개가 될 때부터 선수 유니폼이 정당한지 파악해야 할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했다. 박 감독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해줬음에도 무시했다. 그렇게 14-12까지 흘러갔다.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그제야 깨달은 KOVO는 달궈진 게임을 중단시켰다. 정각 8시였다. 그렇게 해놓고 25분을 흘려보낸 끝에 강민웅을 ‘부정선수’라고 판정했다. 강민웅이 뛰어서 얻은 한국전력의 11점을 무효처리했다. 14-1로 경기상황을 돌려놓은 뒤, 재개시켰다. 1세트는 25-8로 끝났다.

문제는 이 조치가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복수의 배구관계자는 “한국전력이 그때까지 얻은 12점은 모두 유효하다. 왜냐하면 한국전력은 잘못한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강민웅의 유니폼 문제를 애초에 지적하지 못한 심판진과 감독관의 책임을 한국전력이 뒤집어썼다”고 설명했다. 강민웅은 부정선수도 아니다. 즉 14-12에서 강민웅만 퇴장시킨 뒤 경기를 속개하는 것이 올바른 조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런 룰을 알지 못했고, 어처구니없는 점수지우기 판결을 내렸다.

KOVO의 현 집행부와 실무자들이 과연 V리그를 운영할 수준이 되는지를 근본적으로 의심할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수준 이하의 파행적 일처리로 인해 최선을 다하는 양 팀 선수들과 귀한 돈, 시간을 투자해 배구장을 찾은 팬들은 소중한 시간을 흘려버려야 했다. 프로배구를 향한 믿음마저 잃게 됐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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